이송 응급환자 200명 중 83% 생존

지난 9일 오전, 평소 고혈압을 앓고 있던 60대 할머니가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119구급대에 의해 거주지 인근 A병원으로 옮겨졌다.

A병원 의료진은 이 할머니가 급성대동맥파열로 대형 종합병원에서의 긴급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 천안 단국대병원 ‘충청남도 닥터헬기’ 항공의료팀에 출동을 요청했다.

신고를 접수한 충남닥터헬기는 출동 40여분 만에 환자를 단국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옮겼고, 단국대병원은 긴급 수술을 실시했다.

천안 단국대병원 ‘충청남도 닥터헬기’ 항공의료팀
천안 단국대병원 ‘충청남도 닥터헬기’ 항공의료팀

이 할머니는 수술 후 18시간 만에 중환자실을 거쳐 일반병실로 옮겨져 현재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팡이처럼 생긴 대동맥은 세 겹의 단단한 껍질로 이뤄져 있는데, 급성대동맥파열은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동맥경화 등으로 갑자기 대동맥 속껍질이 찢어지며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많은 양의 혈액이 대동맥의 찢어진 껍질 사이로 흘러 들어가 파열을 일으켜 급사할 수 있는, 응급 중증 질환이다.

이번 환자가 생명을 지킬 수 있었던 데에는 진단과 이송, 수술에 이르기까지 신속한 판단과 조치가 절대적으로 작용했다.

단국대병원 흉부외과(서필원 교수팀)에 의해 진행된 수술은 마취과와 체외순환팀의 ‘초저체온(18℃)에 따른 완전순환정지’ 라는 최신 의료기법과 체계적인 협진을 통해 3시간 만에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이 수술은 환자를 ‘냉동인간’ 상태로 만들어 뇌혈류만을 확보한 뒤, 혈액 흐름을 완전히 정지시키고 수술을 진행하는 초고난이도 기법이다.

단국대병원 의료진은 “최신 의료기법과 협진이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은 충남닥터헬기가 신속히 환자를 이송하며 골든타임을 확보해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충남닥터헬기가 지난 9일 60대 환자를 안전하게 이송하며 200번째 ‘임무’를 완수했다.

올해 1월 날개를 편 후 287일 만이며, 100번째 환자를 이송한 뒤로는 111일 만에 거둔 성과다.

‘날아다니는 응급실’로 불리는 닥터헬기는 기내에 각종 응급의료 장비를 갖추고, 출동 시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간호사(1급 응급구조사) 등이 동승해 현장 도착 직후부터 응급의료기관으로 환자를 후송할 때까지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최첨단 응급의료시스템이다.

충남닥터헬기가 그동안 옮긴 200명은 이번 60대 할머니처럼 생사를 넘나들던 환자가 대부분이었다.

환자 유형은 출혈이나 골절 등 중증외상 환자가 92명으로 가장 많았고, 심장질환(43명)과 뇌질환(32명), 호흡곤란과 쇼크, 소화기 출혈, 심한 복통, 의식저하 등이 뒤를 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이 139명으로 나타나고, 연령대는 60대와 70대가 각각 43명으로 가장 많았고, 50대(34명)와 40대(29명)가 뒤를 이었으며, 29세 이하도 13명으로 집계됐다.

이송한 200명 중에는 146명이 상태가 호전돼 퇴원하고, 19명은 입원 치료 중이다.

나머지 35명은 과다출혈 등 상태 악화로 숨을 거뒀다.

충남닥터헬기 이송 환자 대부분이 중증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생존율이 높은 것은 무엇보다 이송 시간이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충남닥터헬기 환자 이송 시간은 평균 45분으로 골든타임을 지켜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의료진이 사고 현장에서부터 직접 환자를 처치한 것도 생존율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신속한 응급처치’와 ‘치료 가능한 의료기관으로의 빠른 이송’ 등 중증 응급환자 생사를 가르는 두 요소를 모두 충족한 것이다.

도 관계자는 “충남 닥터헬기가 그동안 이송한 환자 상당수는 기존 응급의료시스템만을 이용했을 경우 생명을 보장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었다”고 설명하며 “앞으로도 산소탱크를 비롯한 각종 의료장비와 항공장비에 대한 일일점검을 실시하는 등 안전 운항을 위한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준수해 충남닥터헬기가 무탈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 8월 외부인 침입에 의한 닥터헬기 손상과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야간경비를 강화했으며, 추후에는 격납고를 만들어 보안을 더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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