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프레스 = 김지윤 기자]

푸미폰 국왕 서거 뒤 태국의 왕위는 외아들 마하 와찌랄롱꼰 왕세자(64·사진)가 계승한다. 쁘라윳 짠오짜 총리는 13일 국영방송 연설에서 “폐하가 1972년 왕세자를 후계자로 공식지명했음을 (의회 격인) 국가입법회의에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와찌랄롱꼰이 아버지만큼 권위를 얻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이혼과 결혼을 세 번이나 반복했고 문란한 사생활로 국민의 신망이 두텁지 못하다. 오히려 여동생 마하 짜끄리 시린돈 공주(61)가 구호활동 등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전일 프라윳 찬 오차 총리가 “헌법에 따라 마하 와찌랄롱꼰 왕세자가 공식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와찌랄롱꼰 왕세자는 현재 공식적 왕위 승계 1순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이견들이 나오는 것은 와찌랄롱꼰 왕세자가 과거 탁신 전 총리 세력과 가까웠던 모습을 보인적이 있기 때문이다.

 
 

레드셔츠로 불리는 탁신 세력들은 현 왕정·군부로 대변되는 기득권 세력들과 대척점에 있다. 2014년 방콕셧다운도 이들 두 세력간의 다툼이었으며, 승리의 결과물로 현 군부가 집권했다. 당시 군부와 기득권층은 와찌랄롱꼰 왕세자의 왕위 계승을 탐탁치 않게 여겼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또 3번의 이혼 등 사생활에서 여러 문제를 일으킨 것도 왕세자의 부정적 이미지에 한몫했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푸미폰 국왕의 셋째인 시린톤 공주의 왕위 계승 가능성이 퍼진 것도 이 즈음이다.

하지만 탁신 세력을 몰아낸 현 군부 정권이 왕세자를 법에 따라 왕위에 추대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그동안의 그를 둘러싼 의구심은 모두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물밑에서 벌어졌던 권력 다툼이 현 후계구도를 인정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영국 가디언지는 4일 “군부정권의 왕자에 대한 관심은 그들 자신의 미래 권력과 일치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법적 정통성을 가진 와찌랄롱꼰 왕세자가 태국 왕실의 적통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변은 있을 수 있다.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거나 또 다른 쿠데타 시도가 있을 경우다. 고 푸미폰 국왕의 애도 기간에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현 정권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쁘라윳 총리는 최근 육군참모총장부터 일선 부대 지휘관에 이르기까지 대대적인 인사를 통해 측근들을 배치했다.

이제 태국 정정이 안정적이 되느냐의 여부는 왕세자가 태국의 국왕으로서의 권위를 확보하는 것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싱가포르 스트레이트 타임즈는 이날 “결국 왕세자가 국민들로부터 어떻게 신망을 얻느냐가 정통성 확보의 관건”이라면서 “푸미폰 국왕의 후계자가 아니라 태국의 새 국왕 자격을 널리 내보여야 하는 숙제를 그는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왕위 승계 과정에서 정국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와찌랄롱꼰 왕세자는 군부에 쫓겨난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진영에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왕세자의 도박 자금을 탁신이 댔다는 것이 위키리크스 문건으로 폭로돼 정치 스캔들로 비화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왕실, 관료 등 기득권층으로 이뤄진 ‘옐로 셔츠’ 내에서는 시린돈 공주 혹은 와찌랄롱꼰 왕세자가 네번째 부인에게서 얻은 아들이 왕위를 계승하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와찌랄롱꼰 왕세자는 이날 자신의 왕위 계승과 관련해 “지금은 국가와 왕이 돌아가신 슬픔을 함께 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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