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후보 버리고 하원 구하기 나섰다…대선 포기하나?

[코리아프레스 = 김지윤 기자] 미국 공화당 거물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위스콘신)이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각) ‘트럼프를 방어할 생각이 없다’며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사실상 포기하고 하원 구하기에 나섰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미국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화당 지도부가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지원 여부를 놓고 충돌하는 초유의 적전분열(敵前分裂)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가 9일 2차 TV토론에서 선전하면서 음담패설 동영상 파문으로 불거진 후보 사퇴론은 수그러들었지만 후폭풍은 여전히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10일 소속 의원들과의 통화에서 “더이상 트럼프를 방어하거나 (그를 위해) 유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남은 선거 기간 공화당이 의회 권력을 유지하는 데 주력하겠다. 여러분도 각 지역구에서 하원 선거에 집중해 달라”고 호소했다. 대선은 포기하고 각 지역 의석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말이다. 공화당 2인자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선에 대해서는 나에게 묻지 마라. 그냥 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매코널도 라이언과 같은 입장이란 것을 자신의 스타일로 표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당 1, 2인자의 발언은 트럼프 지지 철회는 아니지만 정치적 인연을 끊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라이언 의장의 발언에 분노했다. 그는 트위터에서 “라이언은 당 대선 후보인 나와 싸울 게 아니라 예산 확보, 일자리 창출 등과 싸워야 한다”며 거칠게 비난했다.

 사실 라이언 의장은 음담패설 동영상과 무관하게 이전부터 트럼프와 불편한 관계였다. 실제로 대선 과정에서 뚜렷한 역할도 하지 않은 채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게다가 트럼프는 의회 권력을 조롱하는 ‘워싱턴 아웃사이더’ 브랜드로 여기까지 온 만큼 의회 협조는 크게 기대하지도 않는 눈치였다. 그럼에도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당이 똘똘 뭉치기는커녕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모양새는 유권자들에게 정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와 친분이 깊은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위원장은 2차 TV토론 뒤 적극 지지 뜻을 분명히 했다. RNC는 미 전역의 당 선거 인력과 관련 예산을 관장하는 핵심 선거 조직이다. 프리버스 위원장은 이날 “RNC는 트럼프 뒤에 있을 것이며 당과 트럼프 캠프는 하나가 돼 선거에 공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언 의장은 이날 동료 하원의원들과의 컨퍼런스콜(전화회의)을 통해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트럼프 후보를 방어할 생각이 없다. 남은 기간 하원의 다수당을 지키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의원은 “라이언 의장이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건 아니지만, 그를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면서 ‘앞으로 하원 선거에 나선 후보들을 돕는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라이언 의장은 원래 지난 주말 자신의 지역구에서 트럼프와 함께 공동유세를 할 예정이었지만, 온론이 지난 7일 유부녀 유혹 경험을 자랑하는 트럼프의 11년 전 ‘음담패설 녹음파일’을 폭로한 직후 트럼프 초청 계획을 전격 취소한 바 있다.
 
라이언 의장은 음담패설 녹음파일에 대해 ”구역질이 난다. 트럼프 후보가 이 상황을 진지하게 대처하고, 여성에 대한 더 큰 존중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라이언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대선을 사실상 포기하고,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하원 선거에서나마 승리해 다수당 지위를 지키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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