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프레스 = 김지윤 기자]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가 3주를 지나면서 공해상을 떠도는 선박에 탄 선원들의 고통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외국에서 선박이 압류되거나 입항을 거부당해 '바다 위의 난민' 신세나 다름없는 처지에 놓인 한진해운 선원은 30여척의 800여명에 이른다.

우리 남서해상에서 대기 중인 한진롱비치호 내부를 찍은 영상에서는 식료품 선반이 대부분 비어 있다. 
이 배의 조리장은 "선원들에게 적은 양의 식사만 제공하고 있다. 부식을 최대한 오랫동안 아껴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며 "언제 다시 부식을 실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선원들의 건강이 걱정이다"고 말했다. 

물도 부족해 선원들이 목욕과 세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진네덜란드호 선원은 "물이 많이 부족해서 선원들이 씻지도 못하다. 제가 세탁장을 관리하는데 일주일에 한 번씩 세탁물을 가득 들고 오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캐나다에 억류된 한진스칼렛호 등 다른 선박의 선원들이 보내온 사진에도 '물과 식량이 필요하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피켓을 든 모습들이 있다.

이런 생활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선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한진네덜란드호의 한국인 선원은 "이제 너무 힘들다. 빨리 조치해 달라. 우울증 증세가 오고, 일하는 것에 상당히 지장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배의 한 외국인 선원은 근로계약이 끝났는데도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는 "어머니가 아프다. 이제 집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 여성 해기사는 "꿈이 부서지고 희망이 흔들리고 있다. 아무것도 못 하고 바다 위에서 무기력하게 기다리는 현실이 마치 태풍과 같다"고 심경을 밝히고 "이 태풍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선원들은 한진해운이 회생해서 다시 도선사의 안내를 받아서 각국 항만에 입항하고 화물을 안전하게 실어나르기 위한 준비를 쉬지 않고 있다며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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