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연합 관제집회이외에 이권 위한 집회도 더 있다

[코리아프레스 = 박귀성 기자] 어버이연합 청와대 집회 지시설에 이어 어버이연합 집회가 관제집회였던 것과 달리, 어버이연합 집회를 인천공항 주차장 이권다툼에 이용한 사실도 보도됐고 이번엔 어버이연합 집회가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와 불법 사무장치과로 알려진 유디치과의 법정공방에도 동원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치협과 유디치과는 불법 의료영업 여부를 놓고 수년간 법정공방을 벌여오고 있다. 이런 다툼 한가운데 어버이연합이 개입해 수차례 집회를 열고 유디치과를 적극 옹호하며, 치협에 대해 맹렬히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어버이연합 집회에 대해 이권개입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는 어버이연합 집회가 주로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옹호 성향의 관제집회를 열어왔다는 인식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이권관련 집회로, TV조선은 지난 22일 방송에서 “어버이 연합이 인천 공항에서는 불법 주차 업자의 사주를 받고 시위를 하다가 재판을 받고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지난 2015년 7월17일 서울 중앙지검 앞에서 대한치과의사협회를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지난 2015년 7월17일 서울 중앙지검 앞에서 대한치과의사협회를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TV조선에 따르면, 2014년 3월 어버이연합 회원 150명이 갑자기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에 나타나 불법시위를 했고, 이들은 룸싸롱에서 향응을 받은 직원을 해고하라는 거짓 피켓을 들고 사무실 무단 점거와 소란을 피우며 경비원들에게 폭언을 했다. 어버이연합 시위대 뒤에는 사주한 사람이 있었다.

당시 어버이연합 집회에 대해 경향신문은 좀 더 깊이 취재했다. 지난 24일자에 “공항공사 관계자는 ‘당시 어버이연합 시위는 인천공항 사설주차업체들이 돈을 거둬 동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들은 불법영업을 하는 사설주차업체들을 인정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치협과 유디치과의 수년간 법정 다툼에도 어버이연합이 개입했다. 어버이연합은 지난 2013년 12월10일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부 앞에서 의료법 제33조 8항의 ‘1인 1개소법’을 즉각 폐지할 것을 촉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국가의 법률을 폐지하라는 것이다.

치협은 의료법 제33조 8항에 의거 당시 세칭 ‘사무장병원 내지 프랜차이즈 병원’식 운영을 해오던 유디치과를 사직당국에 고발했고, 유디 치과는 법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되면서 양측의 치열한 법정공방이 시작됐다.

어버이연합이 폐지를 요구한 의료법 제33조 8항은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여, 1인의 숙련의가 병원을 1개소만 운영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의료품질과 안전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이 법안이 없을 경우 의사 1인이 동네 편의점식으로 병원을 여러 개로 확장하면서 ‘프랜차이즈화’하는 폐단이 있고, 이로 인해 결국 의료사고 등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어버이연합은 이날 집회에서 성명서을 내고 ▲정부는 반값 임플란트 공급하는 네트워크 치과병원에 대한 부당한 탄압 중단 ▲업체들로부터 리베이트 수뢰 의혹이 있는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검찰 고발 ▲치협이 모금한 성금이 불법 민주당 정치자금 유입 여부 수사 ▲공정위로부터 업무방해로 추징금 5억 원을 처분 받은 치협 징계 요구 ▲치협의 주장을 충실히 수행한 곽순헌 보건복지부 의료기관 정책과 과장과 공무원들의 로비 의혹 철저 수사 ▲의료법 제 33조 8항 일명 ‘양승조법’ 즉각 폐기 ▲치과진료 본인부담률을 OECD 평균 55%로 대폭 낮추고,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성실 수행 등을 강력히 촉구했다.

당시, 어버이연합 시위 소식을 들은 곽순헌 보건복지부 의료기관 정책과 과장은 “(양승조 의원이 발의한 ‘1인 1개소 법’ 개정에 따라) 유디 치과가 고발된 것으로 안다”면서 “이 때문에 보수성향의 어버이연합이 얼마 전 발언으로 공분을 산 적 있는 양승조 의원을 타깃으로 하다 보니, 양승조 의원의 발의법으로 인해 피해를 본 유디 치과 쪽에서 뭔가 작업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혼자만의 생각도 든다”고 유디치과와 어버이연합 밀착 의혹을 제기했다.

2011년 대한치과협회 회장에 출마한 김세영 후보는 의료법을 수호하고 합법적인 치과 병원을 보호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난 유디치과 척결’을 최대 공약으로 내세워 회장에 선출됐다.

당시 유디 치과는 ‘반값 임플란트’ 등의 값싼 진료비 전략으로 민심을 파고들어 사무장병원 형태로 사세를 확장해나갔다. 이때부터 치협과 유디치과의 수년간에 걸친 지루한 전쟁은 시작됐다.

전쟁 초반엔 김세영 회장이 2만여 회원을 진두지휘하며 유디 치과를 향해 결사적으로 맹렬한 공격을 펼쳤다. 유디 치과측은 일방적인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방어에만 치중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옛말에 “지렁이도 밟히면 꿈틀한다”는 말이 있듯 유디 치과는 한편으로는 법률적 공방을 이어가면서 시간을 벌었고, 한편으로는 의료법과는 관계없이 김세영 회장 개인 또는 치협 관련 비리 의혹들을 찾아 들춰내며 각종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털어서 먼지 않나는 놈 있냐”는 식이다.

바로 이런 대목에서 어버이연합의 거친 집회 시위가 등장한다. 지원군인 셈이다. 어버이연합은 보건복지부뿐만 아니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사 앞에서, 치협 입주 건물 앞에서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등장 집요하게 치협에 대해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이런 치협과 유디 치과의 치열한 공방 속에서 현재 치협을 이끌고 있는 최남섭 회장은 유디 치과에 대해 이렇다 할 공격성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치협과 유디 치과의 법정싸움에서 유디 치과를 변호했던 ‘로펌’ 법무법인 ‘평안’의 설립자 안대희 전 대법관이 지난 20대 총선에서 서울 마포갑 지역구에 출마해 유세를 펼치던 때 최남섭 회장이 해당 장소에 동참해 언론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아이러니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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