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폭탄 폭발과 어울리는 음성이 적의 간담을 서늘케 해

[코리아프레스 = 박귀성 기자]

수소폭탄 시험 사실인가 갑론을박, 수소폭탄 소식이 왜 이춘희 등장했나, 중국은 수소폭탄보다 이춘희에 더 관심 - 기사 요약

수소폭탄 시험 후폭풍이 우리나라와 중국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수소폭탄 폭파 시험이 완전 성공했다”고 선언했다. 이에 한-중 양국은 모두 북한 핵실험 관련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지만, 북한 수소폭탄 시험에 대해 한-중 양국 언론은 같은 시점에 각기 다른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수소폭탄 폭파시험이 알려진 6일 오후 중국의 한 언론매체는 이춘희의 재등장을 집중 조명했다.
수소폭탄 폭파시험이 알려진 6일 오후 중국의 한 언론매체는 이춘희의 재등장을 집중 조명했다.

특히, 중국의 한 언론매체는 생뚱맞게도 북한 수소폭탄 소식을 전하면서도 북한 조선TV에 등장한 인민앵커 ‘이춘희’를 집중 조명했다. 이 매체는 수소폭탄 소식을 전하는 이춘희 앵커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면서도, 이춘희 삶의 각 부분을 조금씩 언급해 전체적인 이춘희의 삶을 모자이크했다.

아래는 중국 한 언론매체에서 6일 오후 보도한 ‘이춘희’ 관련 기사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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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6일 9시 30분 1초(중국시간, 한국과 1시간 시차), 중국 지진센터 홈페이지는 북한에 진도 4.9, 진원심도 0Km의 지진이 한차례 발생했음을 감측했다. 이는 폭발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국제사회가 수년동안 ‘북한 제4차 핵실험’을 우려했는데, 끝내 발생하고 말았다.

두 시간 후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소식을 전하며 “북한이 수소폭탄 폭파시험에 성공했다”고 선언했다.

TV화면에 나타난 이 중량감 있는 소식을 전한 앵커는 칠순을 넘긴 북한의 유명한 이춘희였다. 뉴스원고를 읽을 때 조선 전통한복을 입고 있는 이춘희의 어기는 ‘앙칼’졌으며 얼굴엔 자긍심을 띠고 있었다.

이춘희는 1943년 강원도 통천에서 출생했고, 평양연극영화대학 연기과를 졸업한 후 1971년 2월부터 앵커를 시작했다. 북한 방송 아나운서 최고영예인 ‘인민 방송인’과 ‘노력영웅’ 칭호를 얻은 바 있다.

북한의 월간 화보 <조선>은 2008년 4월호에 이춘희를 보도하면서 “이춘희 자택은 수도 평양의 아름다운 곳에 있는데, 그곳에서 그녀의 남편과 두 아들 그리고 며느리와 손자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으며, 현대식 주택과 고급 승용차 등 일체를 국가가 그녀에게 내린 선물”이라고 전했다.

이춘희 방송에서의 소리는 뚫는 힘이 강하고, 낭낭하면서 힘이 있다. 정부와 관계기관의 중요 성명이나 담화를 보도할 땐 활력이 넘치고 음성품격은 장중하면서도 엄숙하다.

<조선>은 “이춘희는 목소리가 강력하면서도 박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호소력이 매우 높아, 출중한 입담을 갖고 있어, 성명이나 논평을 발표할 때마다 적의 간담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오랜 동안 이춘희는 TV상에서 한편으로는 한국과 일본, 미국을 질타하면서도 또다른 한편으로서는 핵실험과 같은 군사성취의 뉴스를 보도해왔다.

2006년 10월 9일 북한이 핵시험을 했을 때, 이춘희는 미색 정장을 입고 나와 성명서를 읽는 등 북한의 대외 성명을 도맡았다.

김정일 시대에는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정일 동지’로써 김정일 관련 뉴스를 보도하는 것은 모두 이춘희 책임이었다. 그녀는 아직도 조선중앙TV의 저녁 8시 뉴스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북한 지도자 김일성, 김정일의 사적을 논할 땐 언제나 자긍심이 넘쳐흐른다.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사망 당시 이춘희는 검은 옷을 입고 김정일 서거 부고 알리면서 눈물을 흘리며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리고 2012년 초에 이르러, 조선중앙TV는 20여세의 젊은 여성 앵커를 채용해 이춘희를 대체했다.

한국의 한 전문가는, 당시 김정은이 정권을 물려받음에 따라 조선TV 역시 상응하는 ‘신구교체’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2012년 1월 24일 이춘희는 중앙TV 뉴스프로그램<신춘오주행>을 통해 중국인민에게 명절 문안을 보냈다. 줄곧 위엄과 엄숙, 강개 높았던 그녀가 즉흥적으로 ‘부드러운 소식’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춘희는 당시 “우리는 북한 수도 평양에서 중국인민들의 구정을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2012년 12월 12일 이춘희가 격앙된 채 ‘광명성3호’ 위성의 성공적인 발사 소식을 전하자, 인터넷이 뜨겁게 달아올랐고, 낭랑한 그녀의 목소리는 네티즌들로 하여금 ‘提振精神’(정신을 함양하다)을 연호케 했다.

2014년 12월 17일 북한 전 최고지도자 김정일 서거 3주년에, 북한은 새벽0시로 앞당겨 김정일 서거 특집을 방송했는데, 이때 애도사 역시 이춘희가 읽었다.

오늘, 백전노장이 다시 등장했다. 이춘희가 수소폭탄 시험 폭파 소식을 전한 것이다. 이는 아마도 북한 방송 앵커들 가운데 이런 중대한 뉴스를 방송할 수 있는 인물이 오직 이춘희 뿐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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