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프레스 = 조희선 기자] 터키 수도 앙카라 중심지의 기차역 앞에서 10일(현지시간) 자폭테러 2건이 일어나 86명이 숨지고 186명이 부상했다.

이날 테러 희생자 규모는 사상 최대이며, 앙카라에서 관공서가 아닌 민간인이 여러 명 모이는 장소에서 테러가 일어난 것은 처음이다.

다만, 테러 대상은 쿠르드계 인민민주당(HDP)과 반정부 성향 노동자 단체 등이 쿠르드족 반군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정부가 공격한 데 맞서 계획한 비판시위 참가자들로,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무차별 테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 통신과 도안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께 앙카라의 중심지인 앙카라 기차역 광장에서 자살폭탄 테러로 추정된 2차례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메흐메트 무에진오울루 보건장관은 테러 발생 6시간 뒤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망자가 86명으로 늘었으며 부상자는 186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무에진오울루 장관은 사망자 가운데 62명이 현장에서 숨졌으며 24명은 병원에서 치료 도중 사망했다고 말했다.

앞서 터키 내무부는 이 폭발은 테러 공격이라며 30명이 사망하고 126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치안 당국은 이날 폭발이 50m 정도 거리의 두 곳에서 거의 동시에 발생했다며 자살폭탄 테러가 유력하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한 남성이 가방을 내려놓고 줄을 당기자 폭발이 발생했다는 등의 목격담을 전하면서 자폭테러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상자는 이날 정오 역 광장에서 예정된 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터키 노동조합연맹 등 반정부 성향 단체들은 정부에 PKK와 유혈충돌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평화시위'를 벌일 예정이었고, 시위엔 HDP 지지자도 다수 가세했다.

셀라하틴 데미르타시 HDP 대표는 폭발은 HDP 지지자들이 모여 있던 곳에서 2차례 발생했다며 HDP를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데미르타시 대표는 테러 직후 이스탄불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테러는 최근 디야르바크르와 수루츠에서 있었던 공격과 매우 비슷하다며 정부에 책임을 물었다.

동부의 쿠르드족 최대 도시인 디야르바크르에서는 총선을 이틀 앞둔 지난 6월 5일 수만명이 모인 HDP의 유세 현장에서 폭탄 2개가 터졌으며 4명이 숨진 바 있다.

남부의 시리아 쿠르드족 도시 코바니와 접경한 수루츠에서는 지난 7월 20일 수니파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 조직원으로 알려진 터키 남성이 HDP와 가까운 단체를 겨냥한 자폭테러를 저질러 33명이 사망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대국민 성명에서 "다른 테러와 마찬가지로 앙카라 기차역 테러는 우리의 통합과 연대, 형제애, 미래를 겨냥했다"며 연대와 결의를 보여 달라고 촉구했다.

터키 언론들은 아직 배후를 자처한 단체는 없다고 전했다.

주터키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한국 교민의 피해는 없었다"며 "추가 테러 경고가 있으니 다중 운집 장소와 관공서 주변 방문을 삼가해 신변 안전에 유의하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내달 1일 조기총선을 치르는 터키는 군과 PKK 간 유혈충돌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 등에 따라 앙카라와 최대 도시 이스탄불 등지에서 테러 위험이 고조됐고, 추가 테러 우려도 제기됐다.

PKK는 수루츠에서 쿠르드족을 겨냥한 IS의 테러를 정부가 방조했다며 군과 경찰을 상대로 테러를 시작했으며, 터키군은 PKK 기지를 공습하는 등 양측의 충돌로 지금까지 2천여 명이 숨졌다.

PKK는 1978년 조직된 단체로 터키 인구의 최대 20%로 추정되는 쿠르드족이 주로 거주하는 동부에 독립국가를 건설한다는 목표로 무장항쟁을 벌여왔고 터키와 미국, 유럽연합(EU) 등으로부터 테러조직으로 지정됐다.

PKK는 2000년대부터 독립국가 대신 쿠르드족 자치로 목표를 바꿨으며, 2013년 3월 정부와 평화 협상을 계기로 휴전을 선언할 때까지 30년 동안 벌인 무장항쟁으로 4만 5천여 명이 숨졌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코리아프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