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프레스 = 조희선 기자] 일제에 의해 국내에서 강제로 징집된 피해자가 처음으로 정부를 상대로 피해 보상 소송을 냈다.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들과 마찬가지로 국내 강제동원 희생자들에게도 국가가 보상금을 지급하라는 취지다.

김영환(91)옹은 올해 1월 대한민국을 상대로 법원에 보상금 등 지급 신청 기각 결정 취소 청구를 냈다. 일제시대 강제동원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해 달라는 신청에 대한 정부의 기각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것이다.

김옹은 2007년 7월 일제 강제동원 희생자로 결정됐다. 1945년 3월1일 일제에 의해 강제로 징집돼 같은 해 9월2일 제대하기까지 6개월 간 강제동원 피해를 입은 사실을 정부가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피해 보상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김옹에 대한 보상금 지급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국외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는 2008년 이후 연 80만원씩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국외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금은 2007년 12월 제정된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지급됐다. 정부는 이후 2010년 3월 ‘대일항쟁기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마련해 현재까지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지원금을 지급해 오고 있다.

그러나 관련법은 국내 강제동원 희생자에 대한 피해 보상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국내 강제동원자 수가 많지 않고 자료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국내 강제동원 희생자들을 적용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도 김옹과 같은 국내 강제동원 희생자들에게는 보상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 이에 김옹은 국내 강제동원 희생자들에게도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국내 강제동원 희생자는 총 2만7582명,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는 19만3181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전주지방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방창현)는 7일 김옹의 청구를 기각했다. 정부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보상금을 지급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취지다.

김옹은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보상이 문제가 아니다”며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나 국내 강제동원 희생자 모두 똑같은 피해자인데 차별을 받는다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옹은 “대마도로 강제징용돼 단 하루를 지낸 사람도 보상금을 지급받고 있다”며 “반면 국내 강제징용 희생자들 중에는 탄광이 무너져 깔려 죽은 사람만 수백명, 제대로 배식을 받지 못해 영양실조로 죽은 사람들만 수백명이지만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옹과 같은 국내 강제동원 희생자들에게도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한 관련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2년째 계류 중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관영 의원이 2013년 발의한 법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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