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프레스 = 조희선 기자] 미국이 양성한 시리아 반군이 테러 조직 알카에다와 연계된 무장세력에 미제 장비와 탄약 등을 넘겨준 것으로 드러났다.

미 국방부는 25일(현지시간) 미국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대응하기 위해 양성한 시리아 반군이 알카에다의 시리아 내 지부로 알려진 누스라전선(NF) 측에 미군으로부터 제공받은 장비와 탄약을 넘긴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서 일부 시리아 반군이 미군 무기를 알카에다 세력에 넘기고 투항했다는 언론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던 국방부의 입장을 상당 부분 번복한 것이다.

국방부의 이날 발표는 온건 반군 양성에 미국이 5억 달러(약 5천940억원)를 쏟아부었지만, 실제 활동하는 전투원 수는 4∼5명에 불과하다는 증언에 이어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IS 격퇴 전략과 현지 정보파악 능력에 큰 허점이 있음이 또다시 드러났다.

미 국방부 젭 데이비스 대변인은 이날 낸 성명에서 "불행하게도 신시리아군(NSF) 부대 지휘관이 픽업트럭 6대와 상당량의 탄약을 누스라전선 측에 넘겼음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IS 대응전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 대변인 패트릭 라이더 대령은 "NSF가 활동지역 내에서 안전한 통로를 보장받는 댓가로 지난 21~22일 이 장비들을 넘겨줬다"고 설명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들이 누스라전선 측에 넘겨준 물량은 NSF에 제공된 장비의 약 25%라고 라이더 대령은 말했다.

그러나 NSF 부대 지휘관은 누스라전선 측에 전투용 무기를 넘겨준 일은 없으며, 자신의 부대원 중에 투항한 사람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라이더 대령은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이는 '시리아 (반군) 훈련 및 장비 프로그램'의 지침을 위반한 것으로 매우 우려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국방부의 데이비스 대변인은 "현재 미군은 현지에서 일어난 일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절한 대응조치를 내리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해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22일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미국이 IS 대항전에 투입하려고 모집해 터키에서 훈련한 '30사단' (Division 30) 소속 시리아 반군 2진이 시리아에 입국하자마자 알카에다의 분파인 자브핫 알누스라에 투항하고 미제 무기와 장비를 고스란히 넘겼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는 70여 명의 반군이 화기 등 장비를 갖추고 19일께 시리아에 재입국해 쿠르드 소수민족, 수니파 주민 등과 함께 '신시리아군'(NSF)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확인했으나 이들의 투항과 무기 인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한편, 미군이 훈련시켜 지난달 투입된 30사단 소속 1진은 자브핫 알누스라 기습으로 생포되는 등 사실상 와해 상태다.

미국은 1년 동안 5억 달러를 들여 5천400명 규모의 온건 반군을 양성해 투입, IS를 격퇴하겠다는 계획을 마련했으나 이같은 문제들로 인해 근본적인 한계에 봉착했음을 드러낸 셈이다.

로이드 오스틴 중부사령관은 지난 16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5억 달러를 들여 시리아 반군 훈련 프로그램을 시행했지만, 현재는 단 4∼5명만이 전투 현장에 참가 중임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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