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프레스 = 조희선 기자] 18일(현지시간) 밤 프랑스 파리 국립샤이오극장 내 1천250석의 장빌라르 극장에선 한불 상호교류의 해 '프랑스 내 한국의 해' 공식 개막을 알리는 의미 있는 공연이 펼쳐졌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이자 유네스코 지정 인류무형유산으로 상징성이 큰 종묘제례악이었다.

한국 궁중문화의 총체적 역량이 담긴 한국 전통예술의 정수이자 600년 가깝게 이어온 문화유산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황교안 국무총리,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 한국계 입양아 출신인 플뢰르 펠르랭 문화부 장관 등 양국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먼저 개막행사가 열렸다.

펠르랭 문화부 장관은 무대에서 "무엇보다 저에게 소중한 나라인 한국에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며 "2013년 방한했을 때 따뜻한 환영을 해 줬던 기억이 남아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개막행사가 끝나자 어디선가 새 소리가 들리고 스크린에 종묘제례악 본래의 공간인 '종묘'의 4계절을 담은 영상이 상영됐다.

이어지는 종묘제례악 공연과 자연스러운 연결을 고려한 부분으로 보였다.

무대에 준비하고 있던 국립국악원 정악단, 무용단이 적색과 청색의 의상을 입고 모습을 드러냈다.

음악, 춤의 시작과 끝을 박(拍)을 쳐서 이끄는 집박, 제례를 집행하는 제관도 자리를 잡았다.

세상의 복잡함이 섞이지 않은 박 소리가 울렸고 무대에선 사람의 목소리와 전통악기 연주가 어우러지며 관객을 종묘제례악의 세계로 이끌었다.

문덕(文德)을 기리는 춤을 추는 사람, 칼을 들고 무공(武功)을 기리는 춤을 추는 사람들이 번갈아 등장했다.

종묘제례에서 추는 춤을 뜻하는 일무(佾舞), 즉 열을 지어서 추는 춤에선 팔과 손의 동작, 발의 움직임만 보아도 엄숙함과 경건함이 느껴졌다.

빠르지 않은 연주 속도에 무용수들은 시간에 서서히 흘러가는 듯 특유의 동작을 펼쳐보였다.

종묘제례악 해외 공연으로는 최대규모인 개막공연은 유럽문화의 중심지인 파리에서 한국의 품격있고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알리면서 한류 지속에 기여하고 이미지를 높이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종묘제례는 조선왕조의 역대 제왕과 왕후의 신주를 모신 사당인 '종묘'에서 그들을 기리는 제사를 뜻한다.

80분간의 공연이 막을 내리자 출연진은 조용히 인사했고 관람객은 소란스럽지 않게 큰 박수를 보냈다.

객석에 자리한 이들은 곧바로 극장 로비로 이동해 창 밖 에펠탑에 펼쳐진 빛의 향연을 6분여간 함께 지켜봤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첫 번째로 흘러나오자 에펠탑에는 빠른 리듬에 맞춰 빛이 오갔다.

나윤선의 '아리랑'이 조용히 울려 퍼지자 빛도 그 흐름을 따라갔고, 마지막으로 신문희의 '아름다운 나라'가 들리자 태극문양을 이루는 적과 청이 에펠탑을 오가며 가을밤을 수놓았다.

아직 로비에 남아있던 한 여성 관객은 종묘제례악 공연 관람 소감을 묻자 "멋있고 느낌이 좋았다"고 말했다.

무용 전문가라는 토머스 한 씨는 "매우 감동적이고 흥미로웠다"며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음악과 무용수의 움직임, 전체 공연 장면 등이 하나로 어우러져 '조화'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현지 무대에 맞게 공연 예술로 선보인 것도 처음이지만 전문 제작진까지 포함하면 120여 명이 참여해 규모도 가장 크다.

국립국악원은 이번 공연을 위해 지난해부터 1년여간 끊임없는 연습 과정을 통해 준비해왔다.

프랑스 관객을 위해 자막으로 음악과 춤, 제례의 의미를 전달했다.

무대디자인 박동우, 조명디자인 이상봉, 영상디자인 우종덕, 음향 디자인 오영훈 등 전문가들이 함께 작업했다.

초대 공연에 이어 종묘제례악은 19일에는 일반 관객에게 샤이오극장의 비중 있는 공연을 내세우는 시즌 개막작으로 선보인다.

국립국악원은 파리 종묘제례악 공연을 마친 뒤 베를린과 마드리드, 런던, 부다페스트를 순회하며 한국의 전통춤과 음악을 전한다.

11월26일에는 파리 악기박물관에서 산조 가야금, 해금, 산조 대금, 피리, 장구 등 총 5종의 전통 악기 기증과 전시 및 기념 공연을 진행한다.

중요무형문화재 제42호 악기장 고흥곤 명인이 제공한 이 악기들은 파리 악기박물관 아시아음악관에 6개월여 동안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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