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프레스 = 조희선 기자] 미국 정치권에서 내년 예산안 처리를 놓고 양보 없는 기 싸움을 펼치면서 미국 연방정부 폐쇄(셧다운) 위기가 재현되고 있다.

이와 관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최근 며칠간 공화당이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연방정부 폐쇄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예산안 처리 시한은 이달 30일로 13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부자증세, 국방비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7일 백악관에서 민주당 지도자들인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및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와 연방정부 폐쇄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약 90분간 이어진 회동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연방정부가 폐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잠정 예산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 낙태를 찬성하는 비영리단체인 '플랜드 페어런트후드' 예산 지원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리드 원대대표는 회동이 끝난 뒤 "우리는 서둘러 예산안을 처리하기보다는 잠정예산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국방예산과 비국방예산의 인상 비율이 동동한 수준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펠로시 원내대표는 "우리는 낙관적이고 공화당과의 협상에서 최대한 협력할 것"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예산안이 통과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예 산안 합의가 미 의회에서 난항을 겪는 원인 중 하나는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낙태를 찬성하는 비영리단체인 '플랜드 페어런트후드'에 대한 예산 지원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플랜드 페어런트후드 관계자가 적출된 태아의 신체 일부를 매매하는 문제를 언급한 동영상이 최근 공개된 후 정치권에서 갈등이 불거졌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공화당이 플랜드 페어런트후드에 대한 예산 지원 거부 움직임을 보인 것에 대해 연방정부 폐쇄는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미국 캘리포니아 시미밸리에 있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후보 TV 토론회에서 후보들은 일제히 플랜드 페어런트후드에 대한 예산 지원을 거부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공화당 의원들 그리고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당파적 이익을 윙해 미국과 미국의 경제를 위험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들에 대한 지원이 빠진 예산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중산층에 대한 공제 혜택, 사회기반시설 지출 프로그램, 자본이득세 인상 등을 예산안에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은 국방비 증액과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안) 예산 축소를 전면에 내세우며 민주당과 맞서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지난 2013년 오바마케어를 둘러싼 갈등으로 16일간 문을 닫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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