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프레스 = 조희선 기자] 특성화 사업, 구조개혁 평가 등을 앞두고 대학들이 인문학과, 특히 어문계열 학과를 집중적으로 없앤 것으로 드러났다. 상경계열은 학과 수가 오히려 증가했다. 전반적인 정원감축 추세 속에서도 공학과 의약계열은 유일하게 입학정원이 증가해 대학이 급속하게 실용학문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2012~2015학년도 4년제 대학 계열별 모집학과 및 입학정원 현황'을 보면 최근 3년간 인문계열 학과는 55개가 사라졌다. 역시 기초학문에 속하는 자연계열 학과도 3년 사이에 17개가 없어졌다.

반면 사회과학 분야 학과는 40개가 늘었고 공학계열 학과도 31개 증가했다. 예체능계열 학과는 4개, 교육계열 학과는 3개 늘었다.

분야를 좀더 세분화해서 보면 어문학 계열의 학과 수 감소가 두드러진다.

3년 동안 59개의 어문학계열 학과를 없앴다. 자연계열인 생물·화학·환경 관련 학과가 18개 줄어든 것에 비하면 어문학계열 학과 수 감소는 압도적이다. 수학·물리·천문·지리계열 학과도 8개 사라졌다.

약학계열 학과가 39개 없어진 것은 약대가 6년제로 전환한 탓으로 보인다. 의료계열 학과 수 증가 또한 의학전문대학원이 폐지되고 이를 학부 모집으로 전환한 게 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어문학계열 학과는 입학정원도 가장 많이 줄었다. 3년 동안 2778명 감소했다. 철학·사학 등 인문과학계열은 학과 수는 4개 늘었지만 입학정원은 1027명 줄었다. 인문계열 전체 입학정원은 3805명이나 감소했다. 학과 통폐합의 주 대상이 인문계열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입학 정원 자체는 사회계열이 가장 많이 줄었다. 2012학년도에 비해 2015학년도 입학정원이 4353명 감소했다. 반면 사회계열은 오히려 학과 수는 40개 늘었다. 상경(경제경영)계열 학과가 18개, 사회과학계열 학과가 29개 늘고 법률계열 학과가 7개 줄었다.

이는 사회계열에서 경영경제·행정·도시·지역·언론 등 실용학문 위주의 신설학과가 많이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입학정원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4년제 대학 전체 입학정원 33만3807명 가운데 경영경제계열 입학정원은 14.5%인 4만8417명이다. 대학생 7명 가운데 1명은 경제경영게열 학생인 셈이다.

치료보건, 화공, 농림수산계열 학과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가 정원감축 위주의 대학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입학정원이 500명이상 늘었다.

대학에서 순수학문 축소와 실용학문 위주의 재편이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교육부는 2013년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부터 정원감축에 10%의 가산점을 부여했다. 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에서는 취업률이 중요한 평가지표 가운데 하나였다. 그해 10월에는 모든 대학을 평가해 등급에 따라 정원을 차등 감축하는 구조개혁 방안(시안)을 공개했다. 지난해 특성화 사업을 선정하면서는 정원감축 비율에 따라 3~5점을 가산점으로 줬다.

내년부터 산업수요가 높은 분야의 학과 정원을 늘리는 대학에 평균 50억원에서 200억원을 지원하는 '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PRIME) 사업'이 시작되면 이런 현상은 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진후 의원은 "취업률 중심의 대학평가 정책으로 순수·기초학과가 축소되고 있음이 여실히 증명되었다"며 "산업계 수요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순수·기초학문의 사회적 토양을 어떻게 유지·발전할 것인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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