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프레스 = 조희선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가 지지율 조사에서 독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와 미 ABC방송이 공동으로 실시한 공화당 및 공화당 성향의 무소속 후보군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후보는 24%의 지지율로 2위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13%)를 크게 앞섰다.
 
예상치 못한 트럼프의 약진에 공화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지만, '전쟁영웅'인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에 대한 폄하 발언 후에는 트럼프의 인기도 한풀 꺾일 조짐도 보인다.
 
지난 16∼19일 미국의 성인남녀 1천2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전화면접 조사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은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12%)의 두 배에 이르렀다.
 
이들 3명에 이어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 신경외과의 출신 벤 카슨,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등 7명이 3∼8%의 지지율로 10위권에 들었다. 오는 8월6일 열리는 첫 공화당 후보 TV토론회에는 직전 여론조사 상위 10명만 출연할 수 있다.
 
트럼프가 출마선언 직후인 지난 5월 말보다 6배가량 지지율을 끌어올린 반면 부시 전 주지사는 한때 21%에서 절반 가까이 급락했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14%에서 3%로, 크루즈 의원은 12%에서 4%로 각각 떨어졌다.
 
멕시코 이민자 등에 대한 각종 막말로 물의를 일으킨 트럼프가 미디어의 관심을 독차지하면서 정작 부시 전 주지사와 같은 유력 후보들이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공화당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AP통신은 "트럼프와 그의 발언이 미디어 보도를 독점하면서 공화당 '주류 후보'들에 대한 관심을 빼앗고 있다"며 "트럼프의 출마는 민주당, 특히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는 선물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68%의 압도적 지지율로 버니 샌더스(16%·버몬트) 상원의원과 조 바이든(14%) 부통령에 앞서 민주당 후보 중 1위를 질주한 클린턴 전 장관은 실제로 트럼프 출마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트럼프가 공화당 경선에서 패하고 무소속 출마할 경우를 가정한 3자 대결 구도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46%의 지지율로 부시 전 주지사(30%)와 트럼프(20%)를 여유 있게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트럼프가 민주당보다 공화당 지지자들의 표를 더 많이 가져가기 때문이다.
 
이에 공화당 후보들은 "매케인은 전쟁영웅이 아니다"는 트럼프의 최근 발언을 일제히 비판하며 '트럼프 견제'에 나섰다.
 
트럼프의 매케인 폄하 발언이 보도된 지난 19일은 WP와 ABC의 여론조사 마지막 날이어서 최종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이날 하루치 결과만 보면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도 이를 의식한 듯 이날 폭스뉴스와 CBS 방송에 출연해 "오해가 있었다면 그것을 완전히 취소하겠다", "내가 실수를 했는지 모르겠다"라며 다소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한편 릭 윌슨 미국 정치전문가는 영국 가디언에 트럼프의 인기는 “유명인의 정치 거품”이라고 지적했다. 윌슨은 “트럼프는 20년 이상 방송에서 유명세와 이름을 구축해 왔다. 그는 엔터네이너이자 쇼맨, 화려한 모자를 쓴 광대”라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가 무대에서 몇분 가량 으스댄 다음에는 무대 위로 진짜 배우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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