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노동자들의 '건강지킴이' 녹색병원을 이끄는 양길승 병원장. 개원 10주년을 맞는 양 원장은 "병원이 가만히 앉아 오는 환자만 받는 곳이 돼선 안 되고 직접 주민을 찾아 가르치고 보살펴 병을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3.9.27 >    bryoon@yna.co.kr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노동자들의 '건강지킴이' 녹색병원을 이끄는 양길승 병원장. 개원 10주년을 맞는 양 원장은 "병원이 가만히 앉아 오는 환자만 받는 곳이 돼선 안 되고 직접 주민을 찾아 가르치고 보살펴 병을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3.9.27 > bryoon@yna.co.kr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병원이 가만히 앉아 오는 환자만 받는 곳이 돼선 안 됩니다. 직접 주민을 찾아 가르치고 보살펴 병을 예방하는 게 중요합니다."

27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위치한 원진직업병관리재단 부설 녹색병원에서 만난 양길승(64) 병원장은 공공 의료기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노동자들의 건강한 삶을 지키고 의료 공공성을 확립하겠다는 취지로 설립된 녹색병원이 올해로 개원 10주년을 맞았다.

산업재해 노동자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노동자 건강 지킴이'를 자처한 녹색병원은 이제 어렵고 소외된 이들을 품는 쉼터가 됐다.

양 원장이 원진재단과 연을 맺은 것은 1988년. 이황화탄소에 집단 중독된 원진레이온 공장 노동자들에 대한 진료를 시작으로 이들의 복지를 위해 발벗고 뛰었다.

1993년 이황화탄소 중독증으로 숨지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앓는 노동자들이 받아야 하는 보상금을 효율적으로 관리·집행하기 위해 원진재단이 설립됐다. 그리고 10년 뒤 직업병 환자들의 전문적인 치료와 복지를 목표로 녹색병원이 탄생했다.

병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임옥상의 조형물 '노동자를 위하여'를 비롯해 병원 곳곳에 걸려 있는 그림은 물론 환자 편의를 위해 꾸며진 내부는 이 병원의 존립 배경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양 원장은 "우리나라 대부분 병원에는 장애인, 노인, 여성이 많이 없는데 돈벌이가 되지 않거나 의료 혜택에서 소외돼 있기 때문"이라며 의료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영리를 안 따질 수야 없지만 이 병원을 시작할 때 환자들을 치료할 뿐 아니라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실제 이 병원에는 장애인이나 노인, 여성 환자가 일반 병원에 비해 많다. 일반 병원으로는 서울에서 유일하게 진폐증 환자를 위한 입원실도 있다.

녹색병원 원장실이 지하 2층의 어둡고 구석진 곳에 있는 반면 볕이 가장 잘 드는 7층을 환자용 재활치료센터에 내준 것도 양 원장의 철학을 그대로 반영한다.

양 원장은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주민과 함께 건강을 공부하는 병원, 봉사가 일상생활이 된 병원, 지역사회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병원이 되자는 목표를 세웠었는데 아직 많이 미흡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을 돌면서 무료 진료를 하고, 접근성이 어려운 환자들을 직접 병원으로 데려와 치료하는 '건강방파제 사업'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양 원장은 "이곳을 찾은 주민이 '이 병원이 다른 병원과는 좀 다르네'라고 느꼈으면 한다"며 "향후 10년도 주민과 함께 일궈나가는 게 목표"라고 했다.

병원 측은 28일 10주년 기념식을 열고 다음 달 4일까지 '이황화탄소 중독의 현황과 과제' '노동자의 정신건강' 등을 주제로 세미나도 진행한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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