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앗간이 아닌 나노연구원에서 만든 참기름 입니다"

[코리아프레스 = 정유경 기자] 수년간 25억 원짜리 고가의 연구 장비를 명절 선물용 참기름 생산에 이용하고 기자재 납품 대가로 뇌물까지 챙긴 나노바이오연구원장과 연구원 등이 경찰에 적발됐다.

광주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9일 횡령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이재의 전 나노바이오연구원장(59)과 김모 생산기술팀장(44) 등 현직 직원 20명을 불구속입건했다. 나노바이오연구원 전체직원 24명 중 대부분이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

전남도 산하 출연기관인 전남생물산업진흥원 나노바이오연구원(장성 소재)은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 특산 생물자원을 이용해 의약품, 식품 등을 개발하고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그러나 이 전 원장은 기업지원 및 연구개발 목적으로 설치된 초고가 장비 ‘초임계 추출기’를 이용해 참기름을 짜 자신의 명의로 명절용 선물을 돌렸다.

25억 원에 이르는 ‘초임계 추출기’는 기체와 액체의 성질을 구분할 수 없는 초임계 상태에서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특성물질을 추출하는 기기이다.

참기름 생산은 2011년 추석부터 무려 4년 동안이나 계속되어 왔다. 명절마다 참기름 300∼500병을 만들어 원장 명의로 지역 국회의원과 전남도청 간부 등에게 선물로 돌렸다.

이 전 원장은 이를 위해 전남산 참깨, 유리병, 오동나무 상자 등을 구입하여 이를 과학기자재를 납품받은 것처럼 지출결의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이 전 원장의 선물을 받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할 방침이다.

여기에 원장을 비롯한 연구원들은 기자재 독점 납품을 대가로 업자들로부터 뇌물까지 챙겼다. 연구원들은 독점 납품을 대가로 2011년부터 4년간 회식비 등 명목으로 현금 1천500만원, 700만원 상당의 노트북 등을 받기도 했다.

업자들로부터 받은 돈 일부는 인사 청탁 명목으로 원장에게까지 전달했고, 원장은 2011년부터 3년간 2천100만원을 받아 회식비, 경조사비 등으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김신웅 광주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은 29일 "나노 산업 육성과 중소기업에 연구장비와 인력을 지원해야 하는 공공기관이 장비를 이용해 참기름을 짜 돌릴 정도로 도적적 해이가 심각했다"며 "지자체 출연기관의 방만 경영에 대해 살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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