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 "몸이 아파 청소못하고, 변기가 고장 났는데 돈이 없어 못 고쳤다"

 
 

[코리아프레스 = 정유경 기자] 경기도 수원의 쓰레기 더미에서 10대 남매가 발견돼 충격을 안겨준 것에 이어 인분 더미에 방치된 남매가 경찰에 구조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지난 2월 11일 수원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은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아동 학대가 의심되니 동행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여성청소년수사팀과 아동보호기관 관계자가 단독주택 셋방에 도착했고, 주변의 주민들에게서 “집 근처만 가도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하소연을 들었다.

아동보호기관 관계자들과 수사팀이 안으로 들어서자 거실과 방에는 쓰레기가 널려 있었고, 악취를 따라 문을 연 화장실 내부는 더욱 더 충격적이었다. 변기 주변으로 바닥에 온통 인분이 널려 있었고, 이미 오래된 듯 굳어 있었던 것이다. 족히 수개월간은 청소를 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

해당 가정은 당뇨 합병증 등으로 몸이 불편한 A(45·여)씨가 2006년 이혼한 뒤 딸(17)과 아들(12)을 홀로 키우고 있는 상황이었다.

A씨는 경찰에 “몸이 아파서 청소를 하지 못했다”며 “변기가 고장 났는데 돈이 없어 고치지 못해 화장실 바닥에 변을 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아이들이 불결한 환경에 장시간 노출돼 있어 바로 긴급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쉼터로 옮겼다. 또 혹시 있을지 모를 건강상의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 건강 검진과 심리 치료도 병행했다.

경찰은 해당 구청과 아동보호전문기관, 건강증진센터, 주민센터 복지담당자 등과 함께 가정폭력 솔루션팀을 구성, 2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A씨 자녀에 대해 심리치료를 지원하는 등 추적 관리하고 있다.

A씨에 대해서는 아동복지법 위반(학대) 혐의로 형사 입건하고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법원에 임시조치 명령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솔루션팀을 통해 자기 부담이 거의 없는 LH 전세 임대주택 대상으로 선정돼 조만간 이사를 앞두고 있다”며 “앞으로도 학교전담경찰관 등을 통해 주변에 노출되지 않는 선에서 아이들을 보살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지방경찰청에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는 지난해 9월 29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6개월간 모두 1463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8건 꼴로 신고가 접수된 셈이다.

경찰은 이 가운데 183건 관련자 204명을 형사 입건했다.

형사 입건된 사례를 유형별로 보면 신체학대가 147건으로 가장 많았고, 방임 13건, 정서학대 8건, 성적 학대 1건, 2가지 이상 유형의 학대 12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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