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독려만 할 뿐, 사각지대로 방치해

[코리아프레스 = 정유경 기자] 청년실업율이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대치인 11.1%를 기록한 시대. 청년들이 앞날은 어떨까.

정부는 청년 인력의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하는 입장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청년 해외 취업자를 지난해 5000명 수준에서 2017년에는 1만 명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또한 최 부총리가 “중동 붐은 원전·첨단의료·정보통신기술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전문직 청년의 해외 진출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정부의 '제 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청년들에게 스펙 혹은 자격을 갖추기를 홍보하는 한 커뮤니티에 여러 나라들의 국기 모양들을 모아두었다(사진제공=인터넷 커뮤니티)
청년들에게 스펙 혹은 자격을 갖추기를 홍보하는 한 커뮤니티에 여러 나라들의 국기 모양들을 모아두었다(사진제공=인터넷 커뮤니티)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제 7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번 해보라. 다 어디 갔느냐고, 다 중동 갔다고”라고 했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가 해외취업을 독려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의 '해외인턴'들은 열악한 노동 현실과 마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의 한 전문대학에서 호텔경영을 전공하던 권지형씨(23, 가명)는 지난해 3월 학교에서 이름만 대면 알법한 프렌차이즈 레스토랑의 싱가포르 지점으로 해외인턴을 갈 수 있다는 소식에 바로 지원했다. 회사 관계자로부터 권씨는 일주일에 40시간 근무하고, 일주일에 이틀은 휴무, 하루 세끼의 식사를 제공받는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러나 실제 권씨의 싱가포르 생활은 그의 기대와는 달랐다. 하루에 10-12시간을 일해야 했고, 휴일은 일주일에 하루뿐이었으나 그나마도 바쁘면 쉴 수 없었다. 식사는 근무하는 날 중간에 한끼만 제공되며, 일요일은 컵라면 뿐이었다. 처음 몇달 간은 서빙도 했지만 이내 접시 닦기 보조로 역할이 바뀌었다.

권씨는 "인턴이기 때문에 급여가 적고 고생해도 배울 게 있으면 불만이 없을 텐데 접시만 계속 닦았다”며 “굳이 싱가포르까지 가서 접시를 닦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권씨가 손에 쥔 도은 숙소비용과 교통비를 제외한 겨우 70만원 정도였다.

권씨만 이런 대우를 받은 것이 아니다. 해외로 떠난 청년들은 학교와 산업체 간 체결한 업무협약(MOU)이나 정부 지원때문에 일정 기간을 반드시 근무하거나 장시간노동, 저임금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다. 해외취업을 위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경우라면 정부의 관리와 감독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상황이다.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은 “정부가 해외인턴과 해외취업을 계속 강조하면서 몇 명을 어디에 보냈다는 식의 성과관리에만 치중하면서 현지 기업의 노동환경은 관리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세계로 프로젝트’에 31억원을 투입했다. 고용노동부는 ‘케이무브(K-Move)’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해외로 진출한 청년들이 어떤 경험을 하는지, 교육효과는 있는지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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