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확인 없이 정신병원에 33년동안 수용

[코리아프레스 = 정유경 기자]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18일 33년만에 정신병원에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 홍정인(56, 여, 정신장애 2급)씨를 대신하여 국가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서울에 거주하던 홍정인 씨는 지난 22살이었던 1980년 "일자리를 알아보겠다"고 집을 나선 뒤 소식이 끊겼다가, 2013년 12월 해운대의 한 정신병원에서 발견되었다.

연구소에 따르면 홍씨는 실종된 지 두달여 후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잘 있다"고 말했고, 홍씨의 언니는 전화국을 통해 주소를 파악하여 경찰과 함께 해당 주소지에 찾아갔으나 결국 홍씨를 찾을수가 없었다.

홍씨는 그로부터 2년 후인 1982년 6월, 부산의 경찰에 발견되었고, 경찰은 신원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홍씨를 부산시 산하 남구청에 인계했다.

그러나 남구청의 공무원 역시 홍씨에 대해 별다른 신원확인조치를 하지 않고, 정신질환의 행려환자로 분류하여 당시의 '햇빛요양원'에 수용했다.

그러다 최근 해운대 구청에서 신원미상 행려자를 조회하였고, 지문감식을 통해 홍씨의 신원이 확인되자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33년 만이었다.

게다가 1980년 당시 아무런 정신 질환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홍씨는 중증 장애인이 되어 돌아왔다.

연구소 관계자는 “31년6개월이라는 긴 세월동안 경찰은 홍씨에 대해 법률상 정해져 있는 신원 확인 및 연고자 확인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법률상의 보호의무자인 해운대구청은 홍씨의 신원을 확인하고 연고자를 찾아줄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강제로 병원에 입원시켰다”고 소송의 이유를 설명했다.

현행법상 관할 구청은 수용된 환자가 계속 입원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6개월마다 판단하고, 필요가 없는 경우 즉시 퇴원시켜야 하는데 이 규정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연구소 관계자는 “국민의 인권을 보장해야 할 국가의 의무가 이번 소송으로 명백히 드러나기를 바라며, 돈으로 지난 세월의 고통을 다 보상받을 수는 없지만 홍 씨와 가족이 작은 위로라도 받기를 바란다”며 국가를 상대로 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의미를 밝혔다.

위 소송은 홍씨의 언니가 연구소에 도움을 요청해 시작됐고,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염형국·김수영 변호사가 홍씨의 소송을 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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