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치료 등으로 장애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

[코리아프레스 = 김유진 기자] 불임이 혼인 취소 사유가 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끈다.
 
결혼 후 아기가 생기지 않아 불임 검사를 받은 A씨는 무정자증과 염색체의 선천적 이상 진단을 받았다. 부인 B씨는 A씨가 불임 사실을 일부러 숨기고 결혼했다고 여겨 불만을 품었으며, 남편 A씨도 부인의 이러한 태도에 실망해 잦은 다툼을 벌였다.
 
결국 별거에 들어간 부부는 서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는 A씨가 자신의 불임을 알고도 B씨를 속이고 결혼했는지, 불임이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중대한 사유인지 등 두 가지가 쟁점으로 불거졌다. 한 가지만 해당되더라도 혼인 취소 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1심은 두 가지 혼인 취소 사유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이 부인을 감싸주지 않은 A씨에게 있다고 보고 부부가 이혼하되 B씨에게 위자료 5천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혼인 성립 자체에 하자는 없어 이를 취소하지는 못하지만, 부부 관계가 이미 망가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심은 불임이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중대한 사유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A씨의 성기능 장애가 언제 나아질지 알 수 없고 2세에게 유전될 수도 있는 점을 고려한 판단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의 불임이 혼인 취소 사유는 아니라며 2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대법원은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는 엄격히 제한해 해석해야 한다"며 "부부생활에 A씨의 성기능 장애는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고 판시했다.
 
또 대법원은 약물치료 등으로 A씨의 장애를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성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불임이 민법 816조 2호의 혼인 취소 사유가 되는지에 관해 대법원에서 구체적 판결을 한 첫 사례로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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