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첼레트 칠레 대통령,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의식해 언급 않아

[코리아프레스 = 김유진 기자] 칠레에서 유전 질환을 앓고 있는 10대 소녀가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에게 안락사 허용을 호소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주목받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브라질 뉴스포털 테하(Terra)에 따르면 '낭포성 섬유증'이라는 유전성 질환을 앓는 소녀 발렌티나 마우레이라(14)는 안락사를 허용해 달라고 호소하는 내용을 담은 동영상을 스스로 제작했다.
 
주로 백인에게 나타나는 '낭포성 섬유증'은 유전자에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기도와 기관지 폐쇄, 세균 번식에 따른 염증, 소화 불량 등을 유발하며 폐 손상과 호흡부전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발렌티나는 "이 병을 안고 살아가기가 너무 어렵고 지쳤다"며 "대통령에게 안락사 허용을 긴급하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발렌티나의 남자 형제도 같은 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발렌티나의 아버지 프레디 마우레이라는 “현지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딸이 동영상을 제작한 사실을 알고 놀랐다”면서 "발렌티나는 이미 다섯 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상태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고 침통해했다.
 
그러나 발렌티나가 입원한 산티아고 가톨릭대학 병원 측은 소녀의 상태는 현재 안정적이며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바첼레트 대통령과 정부는 발렌티나의 동영상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안락사가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된 데다 남미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를 의식한 때문이다.
 
보수우파 진영과 가톨릭계는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과 정부가 안락사 허용을 논의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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