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는 곰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려

[코리아프레스 = 김유진 기자]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서 철로 위를 달리던 야생곰을 치어 죽이려고 시도한 열차 기관사가 동물 학대 혐의로 입건되고 소속 회사에서도 해고됐다.
 
이 기관사는 재미로 겁에 질려 도망가는 곰을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가 수사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됐다.
 
9일(현지시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초 새벽 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주의 노릴스크 지역에서 화물열차를 운전하던 기관사와 부기관사가 철로 위를 달려가는 야생곰 한 마리를 발견했다. 이 곰은 미처 동면에 들지 못하고 먹이를 찾아 주거 지역 인근으로 내려온 것으로 추측됐다.
 
열차 운행 규정상 야생동물을 발견한 기관사는 속도를 늦추고 동물이 피할 수 있도록 안전조치를 취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화물열차 기관사와 부기관사는 속도를 줄이거나 경적을 울리기는커녕 오히려 열차 속도를 시속 14km에서 18km까지 올리며 겁에 질려 허둥대며 도망가는 곰을 추격했다. 지친 곰이 속도를 늦추거나 선로에 쓰러지면 깔아뭉갤 듯한 기세였다.
 
기관사는 또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도망가는 곰을 찍느라고 열차 운전도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참 동안의 추격전 끝에 곰은 간신히 철로에서 벗어나 숲으로 도망가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기관사가 곰 추격 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자랑스레 인터넷에 올리면서 논란이 가열됐다.
 
동영상을 본 네티즌들이 열차 운행에 큰 위험을 초래하지 않은 곰을 일부러 치어 죽이려 한 행동은 잔인한 짓이라며 기관사 등에 집중 포화를 퍼부었기 때문이다.
 
그 곰이 간신히 목숨은 구했지만 스트레스로 동면 기간을 제대로 견딜지 의문이라는 비난도 빗발쳤다.
 
결국 현지 경찰은 문제의 기관사와 부기관사를 동물 학대 혐의로 형사입건했고, 교통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교통검찰은 안전 운행 규칙 위반을 이유로 소속 회사가 이들을 해고토록 조치했다. 
 
반면 일부 네티즌들은 수사 당국의 이런 강경 조치에 대해 곰을 죽인 것도 아닌데 처벌이 지나치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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