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과 여성 생식기 모두 지닌 '간성'으로 태어나

[코리아프레스 = 김유진 기자] 성범죄를 저질러 남자로 기소돼 여자로서 유죄 평결을 받은 한 미국인이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지역 신문 마이애미 헤럴드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데이트 순회법정의 테레사 메리 풀러 판사는 2005년 10월 마이애미 사우스 비치에서 여성 관광객을 주먹으로 때려눕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해럴드 세이모어(31)에게 6일 징역 15년과 함께 보호관찰 10년을 선고했다.
 
유죄 평결까지 10년 가까이 시간이 걸린 이유는 세이모어의 독특한 성 정체성 때문이다.
 
남성과 여성의 생식기를 모두 지닌 간성(間性·intersex)으로 태어난 세이모어는 법정에서 자신을 ‘자웅동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플로리다 주 브라운스빌에서 여느 흑인 소년처럼 성장한 그는 "바비 인형을 갖고 놀지 않고 골목대장 노릇을 하며 유년기를 보냈다"고 진술했다.
 
친구들과 다른 성 정체성을 자각한 세이모어는 첫 월경을 할 무렵, 언젠가 아이를 잉태하는 꿈을 꾼 경험도 이야기했다.
 
그는 무기 불법 소지, 성인 폭행, 코카인 소지 등의 혐의로 10대 때부터 문제아로 낙인 찍힌 뒤 시간이 흐른 뒤 정신 질환과 환각을 동반한 조울증 진단을 받고 정신적인 혼란을 겪었다.
 
지난 2001∼2006년, 자신은 물론 남에게도 위험을 준다는 이유로 6차례나 정신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기도 했다.
 
그 와중에 애완용 고양이를 가지러 어머니 집에 들어갔다가 무단침입으로 유죄 평결을 받는 등 가족으로부터도 버림을 받자 세이모어는 더욱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다.
 
2005년 성범죄로 기소된 세이모어가 자신을 대변할 변호사마저 돕지 못하는 일이 거듭 이어지자 판사는 4차례나 그의 '정신적 무능력' 상태를 선언하고 주(州) 정신병 치료 시설에서 재활 치료를 받을 것을 지시했다.
 
교정 시설과 정신 병원을 오가던 세이모어는 여성으로 살기를 바라는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여성으로 신체 변화를 이끄는 호르몬제를 투여받기 시작했다.
 
남성 죄수들이 득실거리는 마이애미 데이드 구치소에서 성 소수자 보호를 위한 독방에 수감돼 대부분 시간을 홀로 보낸 세이모어는 여성으로 새 인생을 살기로 한 뒤 훨씬 밝고 사교적인 성격으로 변화했다.
 
재판 과정에서 교도관들과 스스럼없이 잡담을 나누고 성경을 인용하며 심지어 고품격 히브리어를 구사해 검사와 대화하는 등 10년 전 폭력으로 기소된 죄인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고 마이애미 헤럴드는 전했다.
 
선고 당일 남성용 정장 대신 여자 옷을 입겠다는 세이모어의 요청을 받아들여 그의 변호인들은 숙녀용 드레스를 구했다.
 
일반적인 성 전환자의 재판이 아닌 재판 과정에서 피고의 성이 바뀐 드문 사례인 만큼 변호사뿐만 아니라 풀러 판사까지 재판 때 세이모어를 그(he)라고 불렀다가 그녀(she)라고 정정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세이모어의 변호인은 그가 주먹으로 피해자를 때렸을 뿐 성폭행하려거나 돈을 갈취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풀러 판사는 피해자의 생식기 유전자가 세이모어의 손톱에서 발견됐고 폭행을 상습적으로 저질렀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유죄를 선고했다.
 
이미 10년 가까이 수형 생활을 한 탓에 주(州) 교도소로 이감되더라도 4년 정도만 더 징역을 살면 되는 세이모어는 자신의 사례가 성전환자와 간성인들의 단면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언젠가 아이를 양육하고 싶다던 그는 지혜를 상징하는 소피아라는 이름으로 개명해 만화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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