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7일부터 28일까지, 여미갤러리에서 선보여
궁금했다. 왜 그렇게 군상(群像)만을 고집하는지. 그래서 물었다. “이유가 뭐죠?”. “주변에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그냥 고마웠어요. 사람을 표현하는 것이 마냥 즐거웠구요. 그 사람들과 함께 매일매일 울고 웃으며 다양한 만남을 경험한다는 것, 그게 신났어요.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모아 화합과 소통의 장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을 한거예요. 그것이 ‘인간·삶-축제’ 연작으로 이어진 거랍니다.”
김주환(58). 그는 1980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1986년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 이후 국내외에서 열여섯 차례나 개인전을 가졌고, 수없이 많은 단체전에도 참여한바 있다. 2006년에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지냈고, 2009년에는 그 미술대전의 운영위원을 맡아본바 있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중견 작가다.
오는 7일(토)부터 28일(토)까지 그는 여미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주제는 그의 연작시리즈인, ‘인간․삶-祝祭(Life-Festival)’.
그의 작품 속 사람들은 축제를 즐긴다
“작품은 나 자신의 희열로부터 꽃 피어 나온 거예요. 그것은 원인이 없이 일어나는 일이지요. 하늘에 있는 별들의 춤처럼, 땅 위에 있는 꽃들의 만발함처럼, 원인이 없어요. 매일매일 사람들을 만나고 호흡하면서 각양각색의 무늬를 띄는 삶의 표정을 읽고는 했지요. 그리고 그것을 화면으로 옮긴 겁니다. 늘 감사하지요.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그저 고맙게 느껴졌구요. 그 마음이 곧 제 작품이라고 보시면 될겁니다.”
그의 그림에는 시공간을 알기 어려운 추상적인 곳에 인간 군상들이 다양한 형태를 띠면서 배열되어 있다. 화면 속 군중들은 빽빽하게 밀집되어 있다기보다 마치 이내 어떤 일이 벌어지기라도 하려는 듯 기다리며 서성인다. 그러다 화면의 어느 한 켠 누군가에 의해 팡파르가 울리면 곧 그들은 신나는 퍼레이드를 펼치기도 하고, 흥겨운 우리 가락에 맞춰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기도 한다. 그러면 흥겨운 멋이나 기분이 화면 속 빼곡한 군상에 넘쳐난다. 그것은 간혹 무질서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멀리서 보면 어떤 형상을 드러내는 것처럼 무언가를 암시하기도 한다. 작가의 성격만큼 담백한 색채와 기법으로 그려낸 작품 속 사람들은 한결같이 즐겁다.
“인간의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모습보다는 그 인간들 간의 소통과 어울림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삶은 곧 축제다’. 그래서 그림 속 화면은 늘 놀이마당처럼 신명나는 거지요.”
그는 제 각각의 사연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 개개인의 인생을 고단하고 힘든 것으로 여기기보다 삶, 그 자체가 지니고 있는 가치의 소중함을 우리에게 보여주려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서로 상처를 주고받고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도 축제처럼 행복하게 살아가는 원리와 방법을 이야기해 주려고 하는 것이다.
“인생은 무엇일까요? 하루하루 고통의 연속일까요, 즐거움의 연속일까요? 모든 것은 보는 이의 마음에 달렸다고 생각해요. 투덜거리며 살아도 하루가 가고, 즐겁게 살아도 하루가 가지요. 그러나 기왕이면 재미나게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요.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니까요. 그래서 그림을 그리는 하루하루의 삶이 제게 축제인 것처럼, 제 작품을 보는 모든 분들의 마음에도 작품 감상의 시간이 한 때의 축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요.”
차분하고 겸손한 사람. 지인들의 응원과 칭찬의 말에도 늘 스스로 어색해 하며 부끄럽다고 웃는 사람, 아직은 갈 길이 먼 그는 현재 한국미술협회회원이며, 오리진회화협회와 WAVE회원으로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날씨 포근한 주말, 여미갤러리에는 화가 김주환과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이 꽃단장을 하고 관람객과의 한판 축제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