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주의의무 소홀히 해 온 병원 관행에 제동 거는 판결"

[코리아프레스 = 김유진 기자] 충분한 의료 인력이나 응급처치 기기를 갖추지 않고 수술을 하다 의료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서는 병원이 손해배상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011년 A성형외과 병원이 마취과 의사와 환자상태를 감시할 전담 의료인력이 없이 B(당시 31살)씨에게 안면 성형수술을 하다가 발생한 의료사고와 관련, 병원측에 대해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공단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6단독 허경무 판사는 지난달 30일 "마취전문 의사가 없는 상태로 수술집도의가 단독으로 수술과 마취를 담당해 환자 감시와 마취관리에 소홀했으며 적기에 적절한 응급처치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A병원 수술의사의 과실을 70% 인정했다.

B씨는 A병원에서 프로포폴 마취하에 안면성형수술(반흔절제성형술)을 받던 중 호흡정지와 심정지가 발생해 중증의 인지·언어장애와 실명에 가까운 시력 장애를 갖게 됐다.

앞서 A병원은 마취과 전문의 없이 B씨를 마취한 뒤 정확성이 떨어져 보조감시장치로 흔히 사용하는 맥반산소계측기만을 부착한 채로 수술을 했으나 수술 중 호흡과 심정지가 일어나 이같은 결과를 초래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피고가 맥박산소계측기만을 A씨에게 부착했고 수술 중 혈압, 심박수, 특히 호흡수를 제대로 체크하고 이를 관리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적시했다. 

이어 "비마취과 전문의도 프로포폴을 사용할 수 있고 수술 부위가 인중이라서 자연스럽게 호흡상태를 체크했다고 하더라도 집도의가 수술 중 B씨의 호흡과 순환상태를 제대로 관찰, 관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공단은 법원 판결에 대해 "충분한 의료인력이나 필수 응급처치 장비를 갖추지 못한 소규모 의료기관에서 수술집도의가 수술과 마취를 동시에 무리하게 진행하다가 의료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늘고 있다"며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온 병원의 관행에 대하여 제동을 건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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