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프레스 = 조희선 기자] 정부가 서울 시내 면세점 3곳과 제주 시내 면세점 1곳을 추가 허용하기로 하면서 유통업계에서 '면세점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도 1월 29일 입찰 신청을 받고, 새 주인을 찾는다. 이에 따라 면세점 사업 확장이나 신규 진출을 노리는 업체들이 계산기 두드리느라 여념이 없다.
 
지난 1월 15일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최근 열린 '제3기 면세 사업권 입찰 설명회'에 현 입점 업체인 롯데·신라면세점은 물론 신규 입점을 노리는 신세계(신세계면세점)·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갤러리아백화점)·SK네트웍스(워커힐면세점) 등 국내 유통 대기업이 빠짐없이 참석해 신규 사업자 입찰에 참여할 의지를 보였다. 해외 대기업으로는 세계 면세 업계 1위 DFS그룹과 2위 듀프리도 있다. 이들 중 8개 기업만이 사업권을 획득한다.
 
이 가운데 신규 사업자로 유통 공룡인 '신세계'가 나서며 묘한 경쟁 구도가 나타났다. 사촌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기존 사업자인 사촌 동생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현 입점 업체인 신라면세점은 재입점을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입찰 결과 면세 영업장 운영 업체가 늘어나면 수익성이 한계에 이를 것으로 우려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 해 동안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매출 2조 원의 3분의 1이 넘는 6000억여 원을 임차료로 내고 인건비 등 영업비용을 빼면 사실상 적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이번 입찰의 최저 수용 금액(임차료 하한선)이 지금보다 15%나 오른 만큼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계산이다.
 
'비싼 자릿세'로 적자를 본다고 한들 정 부회장의 의지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신세계는 서울 시내에 면세점을 한 곳도 두지 못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신세계의 인천공항 입성은 신세계로서는 반드시 잡아야 할 '대어'나 다름없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면세점 사업을 위해 조금씩 보폭을 늘려 왔다. 2012년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 면세점을 인수하면서 첫 물꼬를 텄고 2014년 김해공항점을 개점하면서 면세점 사업 확장에 나섰다.
 
'면세점'을 차지하기 위해 격전을 벌이는 것은 이들만이 아니다. '현대가' 인물들도 눈에 띈다. 유통가 빅 3인 현대백화점의 정지선 회장과 그의 삼촌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서울 시내' 면세점 진출을 놓고 격돌했다.
 
건설업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서울 시내 면세점에 승부수를 띄운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지난 1월 12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현대아이파크몰이 있는 용산은 발전 가능성과 지리적 강점을 갖췄기 때문에 면세점으로서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약 1000억 원을 초기 투자해 아이파크몰의 3~4층 8500㎡ 정도를 면세점으로 꾸밀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3만3050㎡(1만 평) 규모의 인근 부지를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남산과 각종 박물관 등 주변 관광 인프라도 활용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면세점 시장 진출 의지를 밝혔다.
 
정지선 회장의 면세점 사업에 대한 의욕도 이에 못지않다. 정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면세점 사업 진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유통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의 면세점 사업 진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범삼성가에 이어 범현대가 역시 면세점을 놓고 '가족끼리도 양보할 수 없는' 불꽃 전쟁을 예상케 한다.
 
면세점 시장의 '빅 2'인 롯데와 신라의 전쟁은 '제주도'에서 더욱 치열하다. 
 
전쟁의 발단은 이렇다. 롯데는 서귀포시 중문 관광단지에서, 호텔신라는 제주시 연동에서 각각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롯데의 서귀포 제주면세점 계약이 3월에 끝나면서 제주도의 면세점 사업 지형이 바뀔 수도 있는 처지에 놓였다. 서귀포 제주면세점은 현재 새 면세점 운영업자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인데, 기존 사업자인 롯데와 건설 업체인 부영이 입찰에 참여한 상태다. 롯데 측은 면세점 특허를 받게 되면 국내 최대 규모의 중소기업 전문 면세점 매장을 운영해 그 수익을 제주에 환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롯데는 이뿐만 아니라 호텔신라 면세점이 있는 제주시 연동에도 면세점을 진출시키겠다고 선전포고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12월 제주시 연동에 있는 롯데시티호텔에 면세점을 운영하겠다는 사업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한편 이번에 제주에 신규로 허용되는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면세점에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등 지역 공기업들이 입찰의 주인공으로 오르내린다.
 
이처럼 면세점 사업에 너도나도 발을 들이미는 이유는 무엇보다 눈앞에 돈이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인 관광객 증가와 함께 면세점 매출 역시 급증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면세점 매출 규모는 2010년 4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7조5000억원으로 4년 만에 2배 가까이 커졌다(그래프 참조). 지난해 매출 성장세 역시 전년 대비 10%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면세점 사업의 고공행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예를 들어 인천공항 면세점의 경우 '승자의 저주'에 걸릴 수 있다는 목소리도 조심스레 나온다. 공항 면세점은 전용면적 3.3㎡당 1억원을 훌쩍 넘는 임대료로 사업성에 비해 지출이 커 적자를 볼 가능성이 크다. 
 
시내 면세점은 공항 면세점과 달리 수익성이 좋다고는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 증가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가 변수인 데다, 신규 진출 업체들이 고객을 모으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중국, 일본, 대만 등이 앞다퉈 면세점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 역시 경쟁 격화라는 측면에서 악재다.
 
신용평가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전체적으로 면세점이 성장 사업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가팔랐던 성장세가 올해를 기점으로 꺾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무작정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모객과 마케팅, 상품관리 등 경쟁력 강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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