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배급사인 리틀빅픽쳐스 엄용훈 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를 향해 호소했다.

[코리아 프레스=김유선 기자]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배급사인 리틀빅픽쳐스 엄용훈 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를 향해 호소했다.

27일 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라는 장문의 글을 통해 스크린 독과점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글에는 "한국 영화 산업의 대기업 수직계열화에 따른 몰아주기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서 법으로 동일 계열기업 간에 배급과 상영을 엄격히 분리시키고, 상영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합리적으로 세워서 한국영화의 무궁한 발전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 주십시오." 라고 써있었다.
 
엄 대표는 영화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영화제작자로서의 삶을 살면서 실제로 가족에게 단칸 월세 방에서 3년여 동안 지울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입혔던 아빠로서, 경기불황으로 애쓰는 세상의 모든 아빠의 마음을 생각하며 이 영화를 통해 가족이 이해·공감하고 서로 치유의 시간을 갖기를 희망하면서 정성껏 준비해서 만든 작품"이라고 말했다.
 
'개훔방'은 미국의 여류작가 바바라 오코너가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영화를 본 관객의 호평이 이어지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꾸준히 상영관 확대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엄 대표는 이에 대해 "2주 전부터 예매가 가능하게 한 자사계열 배급 영화와 달리 중소배급사 영화는 개봉일에 임박해 예매가 가능하게 하는 등 처음부터 공정한 룰이 적용되지 않았다"면서 "상영관을 조조·심야 시간대 중심으로 배정해 좌석점유율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도 예매율과 좌석점유율만 거론해 개봉관을 줄이는 기가 막히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애초 관객의 영화 선택권을 보장하고 다양한 영화를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구축된 '멀티플렉스'라는 시스템이 수직계열화된 대기업 배급사의 '와이드 릴리즈 방식'과 함께 오히려 힘없는 영화와 중소 영화사를 사지로 모는 상황으로 악용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엄 대표는 "현재의 영화 산업은 초반에 상영관을 얼마나 확보했는가가 영화의 흥행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면서 '명량'과 '국제시장',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 최근 흥행작이 대기업 배급사 작품인 점을 예로 들었다.
 
엄 대표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CJ CGV와 롯데시네마에 과징금을 부과했음에도 "상영관의 독과점 행태는 전혀 나아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엄 대표는 "적어도 공정한 게임의 룰을 적용하고 약자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이해와 배려가 있다면 영화 산업은 더욱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배급과 상영의 분리 방안 등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이번 '개훔방' 사태는 한국영화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대기업 수직계열화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으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한국 영화계는 지독한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엄 대표는 최근 '개훔방'의 흥행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자 자신이 맡고 있던 배급사 리틀빅픽쳐스 대표직과 영화계 각종 직책 등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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