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법치주의는 헌재가 살해하고 대법원이 사망진단서 발부한 것”

전 통합진보당 해산과 이석기 의원 유죄판결에 대해 항의단식에 돌입했던 김재연, 이상규, 김미희 전 의원
전 통합진보당 해산과 이석기 의원 유죄판결에 대해 항의단식에 돌입했던 김재연, 이상규, 김미희 전 의원

[코리아프레스 = 박귀성 기자]
“그동안 내란선동죄를 꺼내 휘두른 역대 대통령은 박정희, 박근혜 2명 뿐”
“국가보안법 적용하면 무죄이고, 개정보안법에 따르더라도 전부 무죄였다”
“오늘 대법원 판결은 공안통치 부활하는데 날개를 달아주는 격”

전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및 내란선동’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두고 그간 이석기 의원을 변호해왔던 김칠준 변호사 등 내란사건공동변호인단이 22일 성명을 냈다.

변호인단은 이날 대법원 확정판결이 있은 직후 성명을 내고 “오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내란선동 유죄’에 대한 변호인의 상고 등을 기각하고 ‘내란음모 무죄, 내란선동 유죄’라는 서울고법의 원심판결을 그대로 확정하였다”고 판결사실을 밝히고, “청와대와 국정원이 정권 위기 돌파를 목적으로 시작한 ‘종북’ 메카시즘의 쓰나미가 헌재를 집어 삼키더니 대법원마저도 무너뜨렸다”고 이번 대법원 확정판결에 대해 개괄했다.

변호인단은 “사법부 최고 심급으로서 대법원의 존엄을 지켜주리라는 믿음은 오늘 산산조각났다”며 “이 나라 법치주의의 마지막 보루라는 역할을 대법원은 다하지 못 하였다”고 개탄했다.

변호인단은 나아가 “지난 해 12월 19일, 정당해산 결정을 통해 대한민국 법치주의는 심장의 고동을 일시 멈춘 격”이라며 “우리는 대법원이 쓰러져가는 민주주의를 심폐소생술로 살려내기를 기대하고 믿었는데 대법원은 쓰러져가는 민주주의를 살려내기는커녕 사망진단서를 끊어주었다. 한국의 법치주의는 헌재에 의해 살해되고 오늘 대법원이 사망진단서를 발부한 것”이라고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맹렬한 비난을 가했다.

변호인단은 나아가 “내란선동죄는 1953년 부산 전시국회가 제정형법 통과시키며 극심한 논란을 일으켰던 문제의 조항”이라며, “당시 본회의 속기록을 보면, '국회의원 일장 정치연설해도 처벌 받는 거 아니냐'라는 우려 목소리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이에 덧붙여 “현역 육군 대령 신분이었던 육군 법무실장도 '인권 침해'의 우려가 있고, 언젠가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했던 바로 그 조항”이라며 “대한민국의 초석 놓던 입법자들, 선배 법조인들이 내다본 그 우려가 60년 만에 현실로 나타난 것”이라고 개탄하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그러한 역사적 퇴행을 막아야 할 책무를 오늘 다하지 못했다”고 이번 사건의 재판부 판결에 대해 강력한 항의의 뜻을 표명했다.

변호인단은 “그동안 내란선동죄를 꺼내 휘두른 역대 대통령은 박정희, 박근혜 2명 뿐”이라며, “제정 이후 형법전에서 잠자고 있던 내란선동죄를 20년 만에 꺼내서 휘두른 것이 바로 박정희 유신독재이며, 그래서 내란선동죄의 유일하다시피한 판례는 유신정권 시절 대법원 판결이었다”고 과거 사실을 드러냈다.

변호인단은 또한 “판결문에 법리는 단 3줄이지만 오늘 대법원 판결은 사법의 중세암흑기, 70년대 유신정권 대법원 판례에서 내용적으로는 별다른 진전 없이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것”이라며 “유신정권 대법원 판례를 답습할 수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으며, 오늘 대법원 판결문은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길을 터주는 것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변호인단은 “대법원은 오늘 이석기 전 의원에게 90분 강연으로 9년의 중형을 확정하였는데, 이미 죽은 법이나 마찬가지인 내란선동죄를 유죄로 선고해야 했기 때문인데, (이는) 죽은 법이 산 사람을 잡은 격”이라고 맹비난했다.

변호인단은 나아가 “이석기 전 의원은 전쟁을 지지한 것이 아니라 전쟁을 반대하며 평화의 길을 호소했고, 폭동을 선동한 것이 아니라 분단으로 인해 빚어진 대결 상황을 종식하자는 이야기를 했을 뿐”이라며 “한 개인으로서 참으로 기가 막히고 억울한 일”이라고 개탄했다.

변호인단은 또한 “하지만 보다 큰 문제는 전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옥죄게 될 것이라는 점”이라며 “우리 국민들로부터 자유로이 말할 자유를 빼앗겠다는 것”이라고 단정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국가임을 스스로 부정하는 판결임이 분명하여,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시키지 못하고 세계적으로 부끄러운 판결을 하였다”고 정문일침했다.

변호인단은 국가보안법 적용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의 점을 전부 유죄로 보았으나, 국가보안법이 위헌무효인 점은 차치하더라도 이는 대결 논리에 함몰된 심증 형법 적용의 재현”이라며, “기존 판례에 따르더라도 일부 공소사실은 애초 무죄일뿐더러 개정보안법에 따르더라도 전부 무죄로 보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특히 “오늘 대법원 판결문으로 말미암아 공안통치 부활하는데 날개를 달아주는 격으로 되리라는 심각한 우려 또한 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향후 공안통치의 도래를 예고하기도 했다.

변호인단은 끝으로 “하지만 우리는 진실은 가려질 수 없다고 믿는다”며 “단언컨대, 본 사건은 역사의 법정에서 무죄선고를 받을 것이고, 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현실의 법정에서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을 것을 확신한다”고 단정하고 “멀지 않은 가까운 장래에 반드시 재심 무죄 판결을 받기 위해서 본 사건의 변호인단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옹호자로서 우리의 사명을 다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행보에 관심과 주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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