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점수 100% 반영하는 정시 전형에서 만점자도 좌불안석...

역대급 '물수능' 출제 여파로 불안한 마음을 달랠 수 없던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지속되는 요구로 서울대학교와 고려대학교는 정시 합격자 발표 일정을 대폭 앞당겨 15일 내일 오후 중에 발표하기로 대입 전형계획을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연세대학교에 이어 서울대학교 정시전형에서도 만점자가 탈락할 수도 있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 대학 정시 모집의 예측 가능성 및 입시 간소화라는 장점이 퇴색되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14일 오늘 주요 대학에 따르면, 서울대학교는 수험생들의 불안함과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 등 학생과 학부모들의 편의를 위해 16일로 예정되어 있던 정시 전형 합격자 발표를 하루 더 앞당겨 15일 발표하기로 결정했다. 고려대학교도 마찬가지이다. 당초 29일으로 예정되어 있던 발표일을 서울대학교와 같은 15일로 수정하였다. 서울대학교 입시 분야 관계자는 "교사와 학부모들의 요구가 빗발쳤고, 학생 편의를 돕기 위해 일정을 소폭 앞당기게 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서울대학교의 정시 전형은 수능 점수 100%반영 전형이기 때문에 만점자가 많이 지원했지만 합격을 완벽히 장담할 수 없을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고 덧붙였다.

작년 11월 13일 치러진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자연계 만점자가 전국 단위 21명이 나올 정도로 쉽게 출제되어 정시 모집에서 만점자 및 동점자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앞서 정시 모집 최초 합격자 명단을 발표한 연세대학교의 경우 수능 점수를 90%, 학생부 정량평가 점수를 10% 비율로 합산 평가하였는데, 수능에서의 변별력이 크게 줄어 정시 전형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학생부 성적이 중요하게 작용하기까지 했다.

또한 과목 간의 불이익을 방지하고 위해 도입된 표준점수 제도가 올해 정시 당락을 좌우한 주요 변수로 급부상했다. 표준점수는 난이도가 높았던 과목일 경우 높게, 난이도가 낮았던 과목일수록 낮게 책정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일례로 작년 시험에서 물리 II를 선택한 뒤 만점을 받은 학생의 표준점수는 생명과학II를 선택하고 한 문제를 틀린 학생보다 표준점수가 낮다. 물리II의 난이도가 생명과학II의 난이도보다 낮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수능이 쉬우면 학생의 본래 실력보다 과목 선택에 따라 당락이 좌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입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진지한 모습으로 시험에 응하는 한 수험생의 모습.
진지한 모습으로 시험에 응하는 한 수험생의 모습.

수능이 지나치게 쉬울 경우 정시 모집인 반면 학생부 성적에 대한 중요도가 급등한다는 사실 역시 이와 같은 '역대급 물수능'이 가지는 문제점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올해 정시는 수능 영향력이 떨어지면서 '성적'아닌 '선택(학과 및 과목)' 선택이 당락을 좌지우지하는 다소 이상한 입시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점점 기형적으로 변해가는 대한민국 대학 입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한주 기자 hjkim@kore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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