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쳐 쓰러지기 직전이라면 캠핑을 통해 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적벽강  주변에 텐트를 설치하고 야영을 즐기고 있다.
적벽강  주변에 텐트를 설치하고 야영을 즐기고 있다.

친구들의 제안으로 가게 된 캠핑.  소진 된 힘을 재충전하여 돌아왔다.

힐링캠핑

한동안 너무 힘들었다. 마음의 번민과 고민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꽤나 긴 시간을 보내고 이제 막 탈출 하려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변해야만 했다. 나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에 가족같이 친하게 지내는 지인들로부터 캠핑을 가자는 제의를 받게 된 것이다. 모든 일에 의욕이 없던 나는 가족과 함께 캠핑을 가기로 마음먹었고 곧 실행에 옮긴다. 만 4살이 되는 딸에게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어 줄 수 있었고, 새로운 활력을 얻고 돌아왔다. 물론 아내에게도 좋은 시간을 선물할 수 있는 시간 이었을 것 이다.

사실 이번 캠핑이 우리가족의 첫 번째 캠핑은 아니었다. 지난 해 겨울 호주 시드니에 있는 국립공원 내(內)야영지 캐빈(Cabin)을 빌려 일주일간 지내보았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새소리가 들리고 주변 호숫가에선 도시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도마뱀들이 어슬렁어슬렁 기어 다닐 정도로 자연친화적이다.

자연과 어우러져 있는 시드니의 국립공원                                                                                                           큰 대로변 옆에 자리하고 있어서 도심에서 흘러들어오는 시끄러운 소음과 자연의 소리가 잘 어울어 지는 그런 곳이었다. 일주일간 지내보면서 한국에 돌아가면 꼭 캠핑을 해 봐야겠다는 결심을 했지만 실행에 옮기기 까지는 꽤나 많은 시간이 흘렀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해외여행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했던 야외캠핑장 생활이었던 것이다. 부모님을 모시고 간 여행이었기에 5인 이상이 값싸게 묶을 수 있는 숙박업소가 그곳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야영장의 생활이 힘들었거나 불편했던 점은 없었다.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었고, 직원들도 꽤 친절한 곳이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와서 숙박을 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대화해 볼 수 있었던 점이 흥미로웠다. 미국인, 독일인을 비롯해서 스코틀랜드에서 온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캠프장에 대한 그리고 그들의 인생관에 대한 인터뷰도 할 수 있었다. 본국인들이 더 많이 이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해외 이 곳 저 곳에서 온 관광객들이 더 많이 애용한 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보존된 도심 한 가운데의 국립공원이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 해 주는 것 같았다.

야영장에선 바베큐를 준비하고 있다.
야영장에선 바베큐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의 캠핑일정

그럼 이제부터 이번 우리가족의 캠핑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장소는 한탄강변에 위치한 오토캠핑장이었다. 8월 26일에 떠나 27일 돌아오는 코스로 세 가족이 함께 출발했다. 두 가족은 자녀가 없는 팀이었기에 텐트를 준비했고, 우리 가족은 어린자녀가 있는 관계로 캐빈을 예약했다. 사실 카라반(Caravan)을 사용해 보고 싶었지만, 이미 예약이 꽉 찬 상태라 불가능했다. 이유를 생각해 보니 한 가족이 사용하기에 캐빈은 좀 큰 듯 하고 비용이 카라반보다 좀 비쌌기 때문에 우리 같은 3인 가족의 경우에는 카라반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었다. 사용하기 몇 달 전부터 예약을 해야 겨우 이용할 수 있다고 하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놀란 것은 대한민국 여행지의 숙박료가 외국에 비해서 굉장히 저렴하다는 것이다. 호주 시드니 국립공원에서 묵으면서 지불했던 숙박비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비용으로 훌륭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오토캠핑장의 수준도 모른 채 호주에서 체험한 캠핑장을 마냥 부러워했던 내가 참 국내 사정을 몰라도 한참 몰랐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한류로 인해 유입되는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이런 관광시설들을 체험해 보면서 저렴한 이용료와 이에 비해 훌륭하게 제공되는 서비스에 자국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저렴하지만 감동적인  그런 색다름에 대한민국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먹거리를 챙기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여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먹거리일 것이다. 풍성한 먹거리를 준비해야 여행이 즐겁고 우선 심적으로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어딜 가나 불편함 없이 먹거리를 구매하고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편리한 나라이기는 하지만 여행을 나서기 전 대형마트로 향했다. 1박2일 그리 긴 일정도 아닌데 얼마나 먹겠다고 이리도 많이 사는지 소고기, 돼지고기, 고등어, 새우를 비롯한 바비큐메뉴와 각종 주류가 장바구니에 담겼다.

‘다 먹을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장바구니가 채워지고서야 대형마트를 나와 여정 길에 올랐다. 서울시내에서 한탄강변 오토캠핑장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 한 시간 반 정도였을까? 경기도 북부로 국도를 타고 올라가면서 서울을 둘러싼 경기도는 참 볼거리가 많다는 생각을 했다.

드디어 오토캠핑장에 도착했다. 도착 후 활동을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우리에게는 이번 여행을 위해서 특별히 준비한 유니폼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세가족의 가장들이 마음을 맞춘다는 의미로 똑같은 유니폼을 준비했다. 오렌지색의 티셔츠에 회색반바지. 남들은 재미있게 보았을 것이다. 우리의 동지애를 이런 형식으로 표현하고자 똑같은 디자인의 유니폼을 어렵게 구해 함께 입고 캠핑을 즐기기로 합의를 했다. 도착하자마자 같은 옷을 입고 활동하기 시작했다.

진정한 캠핑족의 등장

두 가족의 야영을 위한 텐트설치가 시작되었다. 내리 쬐는 땡볕아래 남자들의 몫이었지만 설레이는 야영의 즐거움이 흘러내리는 땀줄기를 닦아주고 있었다. 자주 해 보지 않은 일이라 여러 번 접었다 폈다, 이쪽으로 옮겼다 저쪽으로 옮겼다를 반복하면서 완성해 가는 도중에 바로 옆라인에서 전문가 냄새가 물신풍기는 캠핑족에게 시선이 옮겨졌다. 휙 던지기만 하면 한 번에 펴지는 텐트가 순식간에 세워지더니 높은 기둥 두 개와 함께 그늘막이 바로 셋팅이 되는데 그 싸이즈가 우리것에 한 세배는 되는 것 같았다. 싸이즈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일을 해 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아 보여 우리 것을 하면서 힐끔힐끔 바라 보고 있었다.

우리는 그 커플을 진정한 캠핑족으로 인정해야만 했다. 우리가 주는 부러움의 시선을 느끼고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우리의 아낙네들이 캠핑 온 커플을 보면서 ‘우리의 롤 모델이세요.’를 연발하니 씨익하며 웃어주었다. 텐트와 그늘 막을 설치하는 속도며 가지고 있는 도구를 보면 캠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러워할만할 정도로 훌륭했다. 그 캠핑커플 덕분에 캠핑에 필요한 도구가 무엇이며 그 도구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게다가 캠핑을 어떻게 즐기면 좋을지 그 방법까지 알게 되었다. 다음날 철수하면서 얼마나 깔끔하게 정리를 하면서 재빠르게 움직이는지 동작 굼뜬 우리 남자들은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밤늦은 저녁에는 노트북으로 영화한편을 즐기고 예쁜 잔에 와인까지 즐기는 여유를 보고 있자니 고수 중의 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가족만의 여행이라면 술 한잔 권하면서 어떤 분들인지 말이라도 걸어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세 가족이 함께 온 여행이라 차마 그럴 엄두는 내지 못하였다.

 
나도 나름 캠핑을 낭만하기 위하여 준비한 것이 있었으니 오카리나 연주였다. 별 헤이는 밤하늘에 컴퓨터로 플레이 해 놓은 반주기와 함께 오카리나 연주를 하니 어디에선가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캠핑과 바비큐는 찰떡궁합

야외캠핑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바비큐가 아닐까? 빨갛게 타오르는 숯불위에 동판석쇠를 올려놓고 구워먹는 소고기며 돼지고기 생선류는 음식점에서 서빙을 받으며 먹는 맛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맛일 것이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하루 밤을 보내기 위해 여행을 계획했다. 함께 쇼핑을 하고 여행지로 떠나 맛있는 식사를 준비하고 술잔을 기울인다.

담소를 나누고 웃고 떠들고 과거를 추억한다. 아이에게는 부모들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 좋을 테고 부모들은 건전한 사교모임에 새로운 활력을 얻을 것이다.

아무튼 이래저래 좋은 시간들을 보낼 수 있는 오토캠핑장이 무척이나 좋아지기 시작했다. 호주 시드니를 여행할 때 숙소 예약을 해 준 처형이 통나무 캐빈(Cavin)을 예약했다고 해서 말 그대로 통나무집이라고 착각을 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체험을 해보니 통나무 모양을 한 (외장만 통나무 모양을 한)숙박 시설이었다. 한번 경험을 해 보았으니 이번에는 착각은 하지 않았지만 어떤 곳일지 궁금하기는 했다. 컨테이너를 잘 개조해서 만들어 놓은 숙박시설이었다. 외장재는 모르겠지만 내장재는 전부 히노끼 나무로 꾸며놓아 통나무집이라고 이야기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6인에서 8인까지 편안한 하루를 지낼 수 있는 곳이었다.

냉, 난방시설이나 샤워시설, 조리시설이 굉장히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갖추어져 있었다. 이런 좋은 시설들을 몰라서 활용하지 못하고 ‘여행’하면 해외여행만 연상하고 매번 해외로만 나 다녔던 과거가 아쉬워졌다. 결혼을 하고 8년 만에 얻은 딸과 두 돌이 되기 전(항공료가 많이 할인될 때)까지 주로 해외여행만을 즐겼었다. 물론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여행이었다. 국내여행은 여행이라 생각지 않고 그냥 어딘가 ‘다녀오는 것’ 정도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것이 변해 가듯이 나의 생각도 이제는 바뀌어져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사랑하는 딸을 위해서 우리 가족을 위해서 이제는 해외여행이 아닌 국내여행을 주된 나의 즐거움으로 삼아야 겠다는 것이다. 국내에도 갈 곳과 볼 곳, 즐길 곳이 매우 많다. 훌륭한 서비스와 저렴한 비용으로 아주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는 국내여행지가 주변에 널려있다. 인터넷에도 많은 정보가 흘러넘치고 있다. 이제는 국내여행으로 눈을 돌려보고자 한다. 5살밖에 안 되었지만 아빠로서 딸에게 더 많은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 아내에게는 더 좋은 남편이 되고자 한다.

 
올해 여름, 처음으로 국내 캠핑을 시작을 했으니 시작이 반이라고 계속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열심히 노력해 보려고 한다. 아이가 더 이상 나와 놀아주지 않으려 할 만큼 크기 전에. 아내가 나와 함께 있음을 불편해하기 전에 말이다.

 

이재훈 기자 patong@kore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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