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건축물은 인간을 겸손하게 한다.

이화여대에 들어가면 양옆으로 웅장한 건물이 늘어서 있다.
이화여대에 들어가면 양옆으로 웅장한 건물이 늘어서 있다.

 이름에서 배 밭을 연상시키는 이화여자대학은 얼마 전 정문을 크게 개조했다. 정문을 개방형으로 만든 것이다. 정문을 들어서면 엄마의 품처럼 많은 사람들을 끌어안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일까? 그곳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이 곳 이화여자대학에 정문을 들어서서 약 백여미터 앞을 바라보면 웅장한 건물이 양쪽으로 보인다.

멋진 학습관이 양쪽 벽을 이루며 서 있는 것이다. 바라보는 순간 원근법에 의한 시각적 착각인지 빨려 들어가는 듯 한 느낌이 든다. 왠지 학습에 몰입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한참을 걸어 안으로 들어갔다. 꽤나 깊숙이 들어온 거 같다. 약간의 내리막길로 걸어 내려와 다시 계단으로 위를 올라가니 숨이 차 오른다. 여러 번 와본 곳이지만 이번에는 계단을 오르다 말고 반대쪽을 바라 보았다. 건물의 시작 부분이 저 멀리 내려다 보인다.

건물이 웅장해서 일까? 내가 굉장히 작게 느껴진다. 왠지 모르게 겸손해 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세상의 중심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 해 주는 기이한 건물이다. 먼저 그 기운에 기가 죽는다. 여대(女大)이기 때문인지 여자의 음기가 나를 강하게 억누르고 있는 듯하다. 착각 일 런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해석을 하고 싶다. 사물에는 다 기운이 있다 하지 않는가. 투명한 유리로 건물 외벽을 디자인해서인지 드라마틱한 성경이야기가 생각나기도 했다.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하여 홍해를 건널 때의 장면이 그것이다. 신의 능력으로 바닷물이 갈라지고 그것이 양벽을 이룰 때에 사람들은 그 길을 걸으며 어떤 감정이었을까? 바닷물을 가를 수 있는 신의 막강한 힘과 물로 된 벽을 유지하기 위한 바람의 느낌을 상상할 수만 있다면 그 곳에서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이 홍해를 건널때 느낀  벅찬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 이 건물은 과연 누가 설계한 것일까? 한 번 알아봐야겠다. 건축물 디자인은 누가했는지 시공사가 어디인지 묻고 싶다. 나를 이렇게 겸손하게 만든 당사자에게 감사의 이메일이라도 보내야겠다.

그로부터 2년이 흘렀다.

과연 나는 그에게 이메일을 보낼 수 있었을까?   대답은 아니다이다. 하지만, 2013년 11월 1일 금요일 중앙일보에 이 건축물의 설계자가 소개되었다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 건물의 이름은 ECC란다. 도미니크 페로- 프랑스 도미니크 페로 건축사사무소(DPA)대표. 프랑스 국립도서관, 스페인 마드리드 올림픽 테니스 경기장, 베를린 올림픽 자전거 경기장과 수영장 등을 설계했다. 영국왕립건축가회의 특별 명예회원. “건축은 자연이고 자연은 건축이 된다”고 믿고 있는 건축가이다.'
 
애써 알아내려고 노력하지 않았는데 우연한 기회가 건축가의 이름과 연락처를 알게 되었다.
올해는 그 건축가에게 이메일이라도 띄워 그의 팬이라는 사실을 알여야 겠다.
 
이재훈 기자 patong@kore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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