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경마장에서 들리는 말 달리는 소리

과천경마장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
과천경마장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

그렇게 오고 싶어 하던 ‘말 달리는 그 곳’ 경마장이다. 나의 아내는 경마장을 왜 그리도 싫어하는지 마권을 사서 도박을 하자는 것도 아닌데 경마장 구경 가자는 나의 제의를 항상 단칼에 무 자르듯이 거절한다.

남는 시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를 몰라 경마장으로 차를 몰고 달려갔다. 11시에 첫 경주가 예정되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마권판매가 끝나자 사람들이 경주에 집중을 한다. 경주마가 출발하자 자신이 배팅한 말이 우승하도록 주문을 걸 듯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한다. 주먹을 꽈악 쥔 채로 연거푸 말의 번호 아니면 기수의 이름을 부른다. 등 뒤로 서 있는 사람들의 입에선 술 냄새가 풍기기도 한다. 경주마의 순위가 앞서거니 뒷 서거니 하며 사람들은 더 흥분을 한다. 한 바퀴 돌고나자 환호하는 사람들 보다는 탄식 소리가 더 크다.
 
마권을 어떻게 사는지 조차 모른 채로 왔지만 이 사람들 대부분의 마음은 “돈을 벌어야 겠다.” “그것도 땀 흘리는 별다른 노력 없이 벌어야겠다.”는 그만그만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왔을 것이다. 요행으로 한 두번의 당첨은 있겠지만 연속적인 당첨은 꽤나 힘들 것이다. 첫 경주의 승리마는 7번 마. 2위는 3번 마. 전광판에 적혀있는 단식, 연식, 복식, 쌍식, 복연, 상복 등 이런, 저런 용어가 생소해 보인다. 가족 단위로 구경 온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남자들이다. 20분 정도에 한 번씩 경주를 하는 것 같다. 나중에 경기표를 들여다보니 25분에 한 번씩 경기가 진행된다.
 
새로운 말들과 기수가 등장한다. 엉덩이를 들고 들어오는 기수. 섰다 앉았다를 반복하며 걸어 들어오는 기수등 말의 몸에 따라 컨디션에 따라 다르게 기수들이 움직여 출발선을 향해 달려간다. 몽골에서 말을 타다가 떨어져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빠르게 달리는 말의 속도가 그다지 무섭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 두 번째 경주 7분전이다. 사람들은 정보지를 보면서 어떤 말이 우승할지 체크하고 있는 것 같다. 과연 마권을 구입하면 얼마의 돈을 벌 수 있는 것일까? 쌍안경을 들고 온 사람, 외국인들도 보인다.
 
습한 바깥공기를 접하기 보다는 실내에서 에어컨공기를 마시며 모니터를 주시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계절 탓이리라. 이제 경기 시작 2분전이다. 전광판만 볼 줄 알아도 사람들이 어떤 말에 가장 많이 배팅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까지도 아무것도 모르겠다.
 
1분전이다. 8번 말에 큰 수가 적혀 있는 것을 보니 유력한 우승후보인가보다.
먼지를 일으키며 말들이 우르르 달리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또 다시 흥분하기 시작하고 말들의 번호와 기수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한다.
이번엔 예상했던 8번말이 아닌 9번 말이 우승을 했다. 한탄스러운 욕지꺼리가 들린다.
역시 알 수 없는 인생이듯 알 수 없는 마생(馬生)이란 말(語)인가?
써 놓고 보니 재미있는 표현이 되었다.
 
이재훈 기자 patong@kore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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