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김훈·박민규 등 출간 여부 곧 확정될 듯

지난해 한국문학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소설가 조정래씨의 세권짜리 장편 『정글만리』의 선전이 외로울 정도였다. 빈 땅을 외국문학이 더 가져갔다.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스토리텔링 장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한국 소설시장의 큰손인 하루키의 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이 위세를 떨쳤다.

 올해 한국문학은 만회할 수 있을까. 변수는 신경숙·김훈 등 대형작가들의 작품 출간 여부다.

 신씨는 1985년 계간 문예중앙으로 등단했다. 올해 30주년이 된다. 해외 일정 등으로 인해 늦춰졌지만 그에 맞춰 새 장편을 쓸 생각이었다. 올해 안에 낼 수 있다면 확실한 흥행카드다. 2010년 장편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는 지금까지 50만 부, 2013년에 나온 짧은 이야기 모음집인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20만 부 가량 팔렸다.

 소설가 김훈은 최근 몇 년간 아버지(소설가 김광주)에 관한 장편소설에 매달렸다. 잘 안 되선지 2013년 말부터 단편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계간 문학동네 지난해 겨울호에 실린 ‘영자’까지 1년 남짓한 기간, 4편을 썼다. 두세 편을 더 쓴다면 소설집을 낼 수 있다. 그는 지금까지 소설집을 한 권 냈을 뿐이다. 2006년 낸 『강산무진』이다. 꾸준히 사랑받아 지금까지 5만 부 넘게 팔렸다.

 소설가 황석영씨는 창작은 아니지만 열 권으로 구성된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101선’을 이달 말에 한꺼번에 출간해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염상섭의 ‘전화’부터 김애란의 ‘서른’까지 9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발표된 무수한 단편 중 빼어난 101편을 황씨가 가려 뽑고 리뷰를 붙인 것이다.

 ‘흥행 미들급’ 작가들의 출간 대기 목록도 두툼하다. 박민규·김애란·김형경·이기호·편혜영·조경란·하성란·정이현 등이 장편 혹은 소설집 출간을 준비 중이다. 암 투병 중인 소설가 복거일씨는 세 권까지 집필했던 대하소설 『역사 속의 나그네』를 여섯 권으로 마무리해 상반기 중 출간한다.

 외국소설이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4권까지 나온 장편 『제3 인류』의 5·6권을 내놓을 예정이고 알랭 드 보통의 새 장편도 나온다. 문학과지성사는 공쿠르상 작가 로맹 가리의 마지막 작품을 가을께 출간한다.

 ◆출판계 키워드는 ‘자기고백’과 ‘일상’=2015년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 한국은 광복과 분단 70주년을 맞는 해다. 과거를 통해 오늘을 읽는 역사서들이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1874~1965)이 쓴 『제2차 세계대전 회고록』이 까치에서 2권으로 번역돼 나온다. 처칠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 준 이 책은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방대함 때문에 국내에 제대로 번역된 적이 없다. 박종만 까치 대표는 “원작에서 국내 독자들이 이해하기 힘든 내용을 빼고 필요한 부분만 간추렸다”고 설명했다. 『디데이』를 쓴 영국 사학자 앤터니 비버의 『제2차 세계대전』도 글항아리에서 출간된다.

 민음사는 지난해 『혁명』으로 문을 연 김탁환 작가의 ‘소설 조선왕조실록 시리즈’를 올해도 이어간다. 푸른역사는 역사학자 전우용의 근대사 3부작 중 첫 번째 책 『그때 오늘』을 1월 중 출간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강명관 부산대 교수의 『홍대용 평전 』(휴머니스트)을 주목할만하다. 면밀한 사료분석으로 18세기 실학파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자기고백’과 ‘일상’을 키워드로 한 잔잔한 콘텐트들이 호응을 얻을 전망이다. 미국 작가 수전 손택(1933~2004)과 아르헨티나 시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의 내밀한 인터뷰를 담은 『마흔, 수전 손택』과 『여든, 보르헤스』가 마음산책에서 출간된다. 구호활동가이자 에세이스트인 한비야씨도 푸른숲에서 6년 만에 신작 에세이를 내놓는다. 늦은 나이에 경험한 유학생활과 구호현장에서 느낀 깨달음을 담담하게 적었다. 이은정 푸른숲 편집장은 “지난해 컬러링북 열풍처럼 올해도 소소한 일상을 나누거나, 새로운 취미를 소개하는 책들이 사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상철 기자 77ms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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