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의 창업·취업 가능한 국가가 美 제칠 것으로 예상

‘일자리 전쟁’의 저자 짐 클리프턴은 1988년부터 26년 동안 갤럽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그는 갤럽을 미국 테두리를 벗어나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여론조사 기관으로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 업적 중 하나가 2005년 시작한 '갤럽 세계 여론조사(Gallup World Poll)'다. 70억 인류의 생각을 장기적으로 추적하겠다는 대형 프로젝트다. 그 결과 이 책 '일자리 전쟁'이 탄생했다.

클리프턴은 "세계 데이터를 수집한 결과 우리는 세계의 판도를 바꿔놓고 있는 한 가지 진실을 발견했다"며 "세계가 원하는 것은 양질(良質)의 일자리"라고 했다. 대중이 가장 원하는 것은 사랑·돈·음식·안식처 등과 같은 필수품도 평화·자유 등과 같은 고상한 이상도 아니었던 것이다.

◇인류는 '좋은 일자리'를 원한다

클리프턴이 2011년 이 책을 미국에서 출간했던 때는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의 후폭풍이 몰아치던 시기였다. 미국 실업률은 10% 언저리였고, 1100만명의 실업자가 넘쳐났다. 그는 "70억명의 세계 인구 중 30억명이 일을 하고 있거나 일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좋은 일자리는 12억개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양질의 일자리 18억개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자리 부족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가 동시에 앓고 있는 중병이었다.

  짐 클리프턴 갤럽 CEO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면 세계 경제전쟁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말한다. 사진은 중국 상하이에 있는 구글 사무실의 모습. /Corbis/토픽이미지 클리프턴은 그렇기 때문에 향후 30년 동안은 양질의 일자리를 주도적으로 창출하는 나라가 세계 경제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봤다. 만약 중국이나 다른 어떤 나라가 창업과 일자리 창출 등에서 미국을 능가한다면 그 나라가 앞으로 세계의 리더가 될 것이란 얘기다. 그런데 미국은 실업률을 작년 11월 현재 5.8%로 떨어뜨렸고 실업자도 910만명으로 줄였다. 좋은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는지 당장 알긴 어렵지만, 일단 미국이 일자리 만들기에 성공하고 있어 세계 경제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처럼 보인다.

◇"기업가 정신 북돋아야 가능"

좋은 일자리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클리프턴은 정부가 재정을 쏟아 부어 혁신을 장려하고 낮은 금리로 돈을 푼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는 '기업가 정신'을 키우는 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썼다. 기업가 없이는 혁신 아이디어가 아무리 넘쳐도 고객이 지갑을 열고 일자리가 생기는 실제 사업을 만들어 낼 수 없다. 클리프턴은 "인구 1000명당 세 명 정도만 연간 5000만달러(약 55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기업을 키워낼 잠재력이 있다"고 했다.

결국 한 나라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관건은 희귀한 기업가 인재들을 붙잡는 데 달려 있다. 클리프턴은 "인터넷 호황의 주도적 역할을 했던 사람은 1000명 정도인데, 그중 절반이 이민자"라고 했다. 해외 인재를 끌어들였기에 미국이 인터넷 경제를 주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유능한 기업가들이 이주해 정착하는 곳이 '차세대 경제도시'가 될 것이라 했다. 미국이 다시 경제 기적을 이루려면 유능한 기업가를 끌어들여 어느 나라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의 성장 전략에도 대입할 만하다. 우리나라에서 매출 500억원 이상 되는 회사는 6000여개다. 클리프턴의 산식(算式)을 따르면 인구 5000만명이면 이런 기업가 15만명이 나올 수 있다. 미래 성장을 이끌 기업가를 발굴할 여지가 많다.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꺼져간다고 기운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기업가 정신을 꽃피울 생태계를 구축하고 기업가들이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게 해야 한국 경제에 미래가 있다. 문상철 기자 77ms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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