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취업 비자발적 포기, 안전망 마련 시급

#. 경기도 용인의 한 편의점에서 심야시간 파트타임 근무를 하는 김소현(26)씨는 스스로를 'NG'족이라고 칭한다. 지난해 2월 졸업요건을 채웠지만 졸업을 유예했다. 2013년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에 이어 지난해에도 상·하반기 공채에서 연달아 물을 먹었다. 서류를 접수한 몇몇 회사가 남아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넘쳐나는 대졸자, 대기업·中企 "신입은 좀…"

대한민국이 비자발적 '프리터'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프리터'는 free(자유)와 arbeiter(아르바이트)를 합성한 신조어로 1980년대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1)적당한 급여가 보장된 경제생활만을 이어가며 자신의 취미에 몰두하거나 2)취업난으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임시방편으로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청년들을 칭한다.

국내 프리터족은 대부분이 후자의 경우다. '2014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국내 25-34세 인구 가운데 전문대 이상 고등교육을 받은 청년의 비율은 66%로 OECD 평균 39%를 크게 넘어선다. 이들은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이를 위한 비용을 들인만큼, 이에 상당부분 비례하는 수준의 일자리를 찾는다.

하지만 이들 청년들이 직면한 현실은 냉혹하다. 2012년 기준 한국의 청년고용률은 39.5%에 불과하다.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 이는 OECD 회원국 평균 50.9% 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은 수치다. 이웃국가인 일본(53.7%)에 비해서도 크게 낮다.

 또 "요즘 대학생들은 과거 취업난이 심각하지 않았던 때와 달리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지만 일자리의 양이나 급여수준은 그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며 "단순히 대학 졸업장이 아닌 실무에서 원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원하는 기업들의 수요에 대학 커리큘럼이 얼마나 대응하고 있는지도 반성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어렵게 인턴으로 취직해도 정규직 전환은 쉽지 않다. 지난 11월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조사대상 152개 기업 가운데 42.1%는 신입사원을 바로 뽑지 않고, 인턴과정을 거친다고 응답했다. 이들 기업 가운데 73.4%는 '정규직으로 바로 뽑는 것과 동일한' 지원 자격조건을 내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턴 채용 수는 정규직으로 채용하려는 인원의 2배수를 선발했다. 여기에 정규직 전환 역시 기존 계획보다 적게 이뤄진다는 응답이 37.5%에 달했다. 인턴 2명당 1명 이상이 결국 인턴기간만 채운 채 다시 실직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정부 전망마저 어둡다. 지난달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지난해 고용률(15~64세)이 65.3%에 머문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취업자 증가 규모도 45만명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증가율인 53만명보다도 부족하다.

◇'알바'로 내몰린 청년들…최저임금 받기도 쉽지 않아

정규직 취업이 어려워 비자발적으로 알바생이 된 청년들에 대한 처우 역시 원조 프리터 국가인 일본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올해 한국의 최저임금은 5580원이다. 지난해 5210원 대비 7.2% 인상됐다. 이는 전국 어디서나 통용되는 공통 임금이다.

한국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지난해 말 기준 134만명으로 조사됐다. 이마저도 고용노동부의 집계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생활자는 227만명이다. 근로조건에 대한 문제제기가 쉽지 않고 근로계약서 작성도 미미한 국내 상황을 감안하면 최저임금 대상자는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열정페이' 등 경험을 미끼로 청년들을 울리는 사례도 빈번하다. 인턴제를 악용해 영업을 시키는 일부 금융기업들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에 대한 보완에 나서야 할 정치권의 안일한 대처는 오히려 불안정한 프리터족들에게 더 큰 좌절감을 안겨줬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최근 '대학생과 함께하는 청춘무대' 행사에서 "열악한 아르바이트라도 인생에 좋은 경험"이라며 ""아르바이트에서 그런 사람(악덕업주)이 아닌지 구분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상대를 기분 나쁘지 않게 설득해 마음을 바꾸는 것도 여러분의 능력"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이와 관련, 이민화 KAIST 초빙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대기업이 경제성장은 견인해도 고용문제는 해결 못한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며 "미국에서 4%의 벤처기업이 60%의 신규일자리를 만든 것을 감안하면 한국 역시 질 좋은 창업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청년창업에 실패하면 다시 재기할 수 없는 한국의 부족한 '혁신 안전망'으로는 우수 인재의 창업과 이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를 담보할 수 없다"며 "정부가 이들이 도전에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정부의 안전망이 있다면 우수한 인력들의 일자리 역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상철 기자 77ms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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