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소비 제자리걸음… 수출입 동시 감소

한국 경제가 ‘부진’을 넘어 본격 불황에 접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줄어든 가운데 국제유가 하락으로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큰 폭으로 감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수출이 502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8% 줄었다. 수입은 400억400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10.4% 감소했다. 이런 감소폭은 작년 2월(-14.5%) 이후 1년9개월 만에 가장 큰 것이다.

내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에 따른 세계 경제 혼란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경상수지 흑자는 한국 금융시장의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출보다 수입이 감소해 발생한 것이어서 좋은 쪽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일본의 장기 불황도 불황형 흑자가 일정 부분 나타난 이후에 시작됐기 때문에 좋은 신호는 아니다”라며 “불황형 흑자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경기 선행·동행 지표 역시 계속 나빠지고 있어 장기 전망에 대한 기대도 가라앉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생산 수준은 제자리걸음을 지속하고 있다. 통계청이 이날 내놓은 ‘1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8월(-0.6%)과 9월(-0.8%)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가 10월(0.3%)과 지난달 연속 0%대 증가율을 보이는 등 국내 기업들의 생산 수준은 수개월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오히려 0.5% 감소했다.

서비스업(-0.3%)과 공공행정(-2.0%), 건설업(-1.7%) 생산은 전월 대비 모두 감소하고 광공업(1.3%)만 소폭 증가했다. 광공업 생산도 전월의 생산 수준이 좋지 못한 탓에 상대적으로 선전한 것처럼 보일 뿐이다. 광공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오히려 3.4% 감소했다.

소비는 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11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1.9% 증가했지만 아직 소비심리가 나아졌다고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신발·가방 등 준내구재(-1.0%)는 감소했지만 승용차와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7.8%)와 서적·문구 등 비내구재(0.3%) 판매가 늘었다. 그나마 10월에 감소했던 설비투자가 일반기계류와 기타운송장비 등에서 투자가 늘어 전월 대비 13.1% 증가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0.6% 늘었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했고, 미래의 경기 국면을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1%포인트 떨어졌다.

경기에 대한 판단은 보고서를 작성한 통계청과 정책집행부서인 기획재정부가 엇갈렸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체 산업생산이 2개월 연속 증가하고 광공업 생산이 반등하며 소매판매·설비투자가 증가하는 등 경기 개선세가 확산되는 조짐을 보인다”며 후하게 평가했다. 반면 통계청 관계자는 “전체 산업생산이 2개월 연속 상승하긴 했지만 증가폭이 둔화돼 추세를 더 지켜봐야 한다”며 “광공업은 회복됐지만 서비스업과 건설업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또한 권한욱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미미한 국내 경기 회복 모멘텀이 재확인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전산업생산이 두 달 연속 증가하는 등 경기 개선세가 확산되는 조짐”이라고 평가했다.
문상철 기자 77msc@kore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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