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16세 고등학생 대통령 모욕 혐의로 체포

터키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
터키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
 터키의 16세 고등학생이 대통령을 모욕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도안뉴스통신 등에 따르면 중부 도시 콘야 지방법원은 26일(현지시간) 대통령 모욕죄 혐의로 구금된 A군의 보석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학생은 터키 중부에 위치한 콘야시에서 열린 한 집회에 참여해 '터키는 부패했다'며 대통령과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 Party)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또한 그는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목하며 최근 불거졌던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지난 24일 콘야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불법 대통령궁의 도둑 주인"이라고 묘사한 발언을 했다가 학교에서 수업을 받던 중 체포됐다.
이에 소년은 최대 4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위기에 처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터키는 대통령 모욕죄를 형법에 명시해 범죄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현재 소년는 대통령을 모욕할 뜻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그가 좌파 정당의 소속이란 추측도 있었으나 그는 정치 집단과의 연관성을 역시 부인했다.
그는 또 자신이 참석한 행사가 지방정부의 허가를 받아 열린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 행사는 1930년 이슬람주의자에게 살해된 장교의 추모식이었다. 
 
아울러 그는 어떤 정당에도 가입하지 않았으며 자신이 만든 '민주고등학생'이란 온라인 그룹은 페이스북 그룹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전날에는 변호인의 보석 요청을 기각했으나, 비난 여론이 비등하고 변호사 수십명이 다시 요청하자 보석을 결정했다. 
 
A군이 구속되자 터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케말 크르츠다로울루 대표는 트위터에 "도둑이라고 했다고 16살 된 어린이를 체포하고, 죄인들이 훔친 돈을 이자를 쳐서 돌려주는 것이 터키의 새로운 법"이라고 비판했고, 아틸라 카트 의원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며 어린 학생을 체포한 정부를 비난했다.
공화인민당 리자 투르멘 의원도 트위터에 "수업 중인 학생을 체포하고 구금하는 정권은 파시스트"라며 "유엔의 아동권리선언에도 어긋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A군의 어머니 나즈미예 교크씨는 "내 아들이 도둑질한 것도 아니고 파렴치범도 아닌데 그들이 학교에서 테러리스트인 것처럼 끌고 갔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반면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총리는 학생의 체포가 정당한 것이라면서 "대통령이 누구든 모두에게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지수 기자 jsyang@kore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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