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고 사사로운 일상을 써 내려간 그녀의 이야기

최미향 지음/씨앗북스/304쪽/1만2000원
최미향 지음/씨앗북스/304쪽/1만2000원

“문법이요?… 띄어쓰기요?…
저 그런 거 몰라요. 그냥 아줌마들 수다 떨 듯,
그렇게 쓰는 거예요. 문법대로 쓰라면 전 못해요.”

저자 최미향이 말하듯 그는 글쓰기를 제대로 공부한 적도, 글을 쓸 생각을 한 적도 없는 그냥 평범한 가정주부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남편과 아들딸 있는 가정주분데 그의 말마따나 세월을 잘 만나 근사한 직장에도 다니고 있는 워킹맘이고, 커리어우먼이다.

그런 그가 어느날부터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엉터리(?) 같은 글을 쓰게 됐고, 그러던 올 초 직장에서 한 해의 다짐을 발표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는 그곳에서 아무 생각 없이 ‘올 연말 책을 한 권 내겠다’고 가당치도 않은 공약을 해버렸다. 그것도 많은 직장동료들이 귀를 활짝 열고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취소할까? 그냥 한번 해본 소리라고 하면 되지 뭐!’ 그는 갖은 궁리를 다 해보다가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간 글들을 찾아 읽어보기 시작했다. 정말 창피해서 고개를 들지 못할 만큼 저급한 수준의 글들이었다. 그러나 한 편, 그런 글에 용기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책이나 한번 내보시지 그러세요? 꽁트식 에세이처럼.… 재밌을 것 같은데…” ‘꽁트식 에세이?…”

‘그래. 내가 글을 잘 썼으면 작가해야지 뭐 하러 힘들게 직장생활을 하겠어…한번 해볼까?’ 그랬던 거란다. 그렇게 시작된 거란다.

늘어지지 않게, 단문으로, 글의 호흡이 끊이지 않게. 그러면서도 내용은 웃음이 빵 터지게 하거나 가슴을 싸하게 만들거나 눈물을 글썽이도록 하게. 몇몇 지인들의 조언과 도움을 받으며 그는 글을 잘 쓰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그러나 문학적 글쓰기는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자. 내가 뭐 글쟁이로 살아갈 것도 아니고…’

그는 말한다. “돌아보면 SNS에 글을 쓰는 일은 다른 누군가에게 나를 알아 달라는 구애(?)의 손짓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가장 큰 위안이자 즐거움이었습니다. 송곳처럼 마음결이 뾰족뾰족해질 때마다 주절주절 글을 쓰다보면 조금은 착해지고 부드러워지고 누그러졌습니다. 글쓰기에 ‘치유의 힘’이 있다는 걸, SNS를 하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그거면 된 거 아니겠습니까?”

책의 제목은 ‘봄’이라고 했다.
아름다운 소리가 들리는 봄. 어여쁜 꽃향기가 가득한 봄.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희망을 주는 새봄을 맞듯 그는 이 책을 통해 본인은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비록 글의 수준이 낮고, 세련되지 못했지만, 이 책의 발간을 통해 그는 누구에게나 있을 인생의 봄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분명했다.

“감히 바라건데, 이 유치찬란 책이 저뿐 아니라 자신의 꿈을 접고 살아온 많은 엄마들에게도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잠시라도 현실에 지친 마음을 달래고, 더 큰 세상과 더 큰 아름다움을 노래하길 희망합니다.”

이 책은 그렇게 저자의 소소하고 사사로운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다. 오랫동안 일기를 쓰듯 그날그날 페이스북과 카카오 스토리 등에 올렸던 글들을 묶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물론, 이런 일상적인 개인의 소소한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고 독자들에게 읽을 것을 강요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글의 감동은 기교에서 나오지 않는다. 쓰고 싶은 내용에 진심을 담아 쓰면 그게 감동을 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글을 쓰다 보면 그 어떤 놀이나 작업보다 생각이 정리되고, 그렇게 자신과 세상을 조금 떨어져 볼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남편과 자식을 위해 아등바등 살다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이 시대의 여성들이, 힘든 현실에 지지 않고 고단한 일상을 즐겁게 이겨내는 통큰 비법이 더러는 담겨도 있다. 평범한 우리네 중년 여성들이 겪은 남편과의 사소한 이야기, 주변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 사회에 대한 공분, 가족들에 대한 사랑…. 더러는 그런 것들을 유머러스하고 따뜻하게 풀어도 낸다. ‘…그거면 된거 아닌가? 당신도 책 한 권 내보시길.’ 서문의 끝에서 최미향은 당당히 말한다. ‘나 따위도 책을 내니 당신도 책 한번 내 보시라’. 그것이 최미향이 책을 낸 동기이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그 이상의 기대를 무색하게 하는 ‘우리 모두의 봄’은 소소하고 사사로운 누구나의 일상 속에 오롯이 녹아 있다. 다만 바쁜 일상에 쫓겨 우리 모두가 그 봄의 기운을 느끼지 못할 뿐.

‘겨울의 한복판에서도 봄을 떠올리게 하는 나는 그냥 그대로의 봄이고 싶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찬바람 쌩쌩불고 눈오는 날에도 그녀의 봄을 이야기 할지 모른다. 그녀는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읽고, 열심히 쓸 것이기 때문에.                     
 

김세중 논설위원 sjkim@kore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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