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 감독, "최상류층 연기하던 이민호, 밑바닥으로 떨어뜨리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전학생 현수(권상우)를 통해, '비열한 거리'에선 건달 병두(조인성)를 통해 청춘과 폭력의 일그러진 일면을 보여줬던 유하 감독이 이번에는 두 명의 남자배우를 통해 욕망(강남)의 초상을 그린다. 이민호(27)와 김래원(33)이 투톱으로 나선다.

이민호가 연기한 '종대'는 가진 건 싸움 실력밖에 없는 밑바닥 청춘이다. 오로지 성공을 위해, 내 땅을 원 없이 갖고 싶다는 욕망만을 좇는 인물이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 '상속자들' 등 주로 재벌 3세 상류층을 연기해 한류스타 반열에 오른 그로서는 처음 맡는 역할이다.

"외압이 있었어요. '비열한 거리'를 할 때, 조인성 씨를 캐스팅한 이유와 같습니다. 제 와이프가 이민호 씨 광팬입니다. 제가 한 2년 시달렸어요. 이게 숙명인가 보다 하며 캐스팅했죠."

농담을 던지며 이민호 캐스팅 비화를 전한 유하 감독은 "최상류층을 연기하던 이민호를 가장 밑바닥으로 떨어뜨리면 재밌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눈빛이 깊은 배우"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이민호는 그간 주로 TV 드라마에서 활약했지만 이번 영화 출연을 통해 활동무대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 강남 느낌이 나는 배우인데, 제가 70년대 강남을 배경으로 한 인물을 연기하면 신선할 것 같았어요. 또 영화를 하게 된다면 메시지가 있는 좋은 작품으로 시작하고 싶어 작품을 기다리고 있었죠. 유하 감독님 작품이라면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해도 좋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죠."

김래원이 책임진 '용기'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 행동파로서 성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캐릭터다. 주로 부드럽고 로맨틱한 역할을 맡아왔던 김래원에게도 새로운 도전이 될만한 인물이다.

"김래원 씨는 제가 예전부터 함께 하고 싶은 배우였어요. 이번에 같이 하게 돼 행운입니다. 연기가 워낙 안정적이잖아요. 김래원 씨에게는 순박함도 있지만, 눈에는 비열함과 의뭉스러움이 함께 있어요. 그런 느낌이 용기에 잘 어울리겠다 싶었죠."

유하 감독의 말에 김래원도 화답했다. 그는 "내 또래 배우라면 누구나 다 유하 감독 작품에 출연하고 싶어합니다. 나도 그 중 한 명이었죠"라고 말했다.

앞서 '말죽거리 잔혹사'에는 옥상 결투신, '비열한 거리'에는 굴다리 싸움 장면이 유명하다. 두 액션 장면 모두 영화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부분이었다. '강남 1970'에도 이에 못지 않은 공동묘지 액션신이 등장할 것으로 전해져 기대를 모은다.

이 장면을 찍는 데 하루 12시간씩 1주일이 걸렸다. 진흙탕 싸움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붉은색 흙을 공수했고 800t에 달하는 물을 쏟아부었다. 보조 출연자만 150여 명이었다.

"땅 이야기이다 보니까 황토빛 땅과 땅에 대한 욕망, 죽음, 탄생 여러가지 함의를 담고싶었어요. 죽음의 카니발 같은 이미지를 생각했어요. 지금껏 영화를 하면서 가장 고생하며 찍은 장면입니다. 만족합니다."

'강남 1970'은 내년 1월2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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