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인사 전횡 의혹에 서울시향 방만 운영 '맞불' 놓을 듯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기자회견을 연 서울시향 박현정 대표.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기자회견을 연 서울시향 박현정 대표.

박현정(52)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대표가 5일 기자회견에서 정명훈(61) 서울시향 예술감독과 서울시향 행정 업무에 대한 불만을 대놓고 표출했다.

박 대표에 대한 성희롱·인사 전횡 의혹이 제기되자 정 예술감독의 과도한 권한과 서울시향의 방만 운영을 문제삼아 맞불을 놓은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재단 법인화 10주년을 앞둔 서울시향은 올해 8월 120년 역사의 세계적인 클래식 음악 축제인 BBC 프롬스에 NHK 심포니 이후 아시아 오케스트라로서는 두 번째로 초청을 받는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년 4월 미국 순회 연주 등 굵직한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이 중심에는 세계적인 지휘자로 평가받는 정 예술감독이 서 있다. 박 대표는 "그런 분을 다시 (서울시향이) 가지기는 쉽지 않다. 지휘자는 성장하기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서울시향에 양날의 칼로 작용했다. '정명훈의 서울시향'으로 알려지면서 그가 떠나면 서울시향은 이전의 명성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 예술감독의 임기는 이달 말로 끝난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정 예술감독 같은 거장을 놓칠 경우 빈자리를 메울 대안을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정 예술감독이 이처럼 서울시가 자신과의 재계약을 간절히 원하는 점을 이용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자신의 교체를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향 사무국 일부 직원들이 호소문을 낸 배경에도 정 예술감독이 있는 것 아니냐는 ‘배후설’을 제기했다.

박 대표와 정 예술감독의 불화설은 이미 여러 차례 나돌았다. 그간 서울시향의 경영은 박 대표, 예술과 관련된 부분은 정 예술감독이 맡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박 대표의 경영방식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정 예술감독이 박 대표에게 자제할 것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가 이에 대한 불쾌한 반응을 숨기지 않았고, 정 예술감독 역시 박 대표의 거친 행보를 탐탁지 않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사회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박 대표는 서울시향의 첫 여성 대표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공연예술 분야와는 인연이 없는 고객관계관리(CRM) 전문가로 임명돼 뜻밖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삼성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 삼성화재 고객관리 파트장, 삼성생명 경영기획그룹장·마케팅전략그룹장(전무)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서울시가 박 대표를 원한 이유는 대표 자리가 1년가량 비어 있어 서울시향이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이와 함께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울시향의 사무국 직원들이 행정 업무에 미숙하다고 주장했다. "처음 왔을 때 방만하고 비효율적이고 나태한 '동호회적'인 문화에 놀랐다. 내가 낸 세금이 이렇게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고 적나라하게 실상을 전했다. "6, 7년 차(사무국 직원이)가 엑셀을 못했다." "행정업무 처리 미숙으로 오디션 지원자들의 단원 계약 여부가 뒤바뀌는 경우도 있었다"는 등의 폭로도 이어졌다.

호소문을 낸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들은 의견을 정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저작권자 © 코리아프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