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감정 결과 토대로 '인격장애로 인한 심신미약' 인정받아

육체노동을 하다 다리를 다쳐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지속적으로 학대해 결국 숨지게 한 20대 딸이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6년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정신감정 결과를 토대로 피고인의 '인격장애로 인한 심신미약'을 인정한 반면,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9명의 배심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평결 결과는 같았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모(26·여)씨는 올해 초 취업준비로 힘들어 하던 중 아버지(63)가 인공관절수술을 받고 퇴원해 집에 함께 있게 되자 더 큰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식당일을 하는 어머니를 대신해 집에서 아버지를 간호하게 된 이씨는 아버지가 '재활운동을 제대로 하라'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자 병상에 누워있는 아버지를 손과 발 등으로 때리며 학대하기에 이르렀다.

나무몽둥이와 플라스틱 안마봉까지 이용하는 등 폭행의 강도는 점점 심해졌다. 결국 아버지는 두 달여에 걸친 폭행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4월10일 온몸에 발생한 피하출혈에 따른 속발성 쇼크로 사망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재판에 넘겨진 이씨는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국선변호인의 신청에 따라 한달여 간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정신감정을 위한 치료감호를 받았다.

그 결과 '정서불안성 인격장애' 판정이 내려졌고, 재판과정에서 이씨의 IQ가 84에 불과하며 중학교 시절 집단 따돌림과 반복적인 집단 성폭행을 당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이씨는 그러나 지하 단칸방에 사는 가족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 피해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결국 이씨는 학교를 마치지 못한 채 중퇴를 한 뒤 줄곧 집 안에서만 생활했다고 말했다.

이에 국선변호인은 이씨가 과거 수차례 자살시도를 한 전력이 있고 공격적인 성향 탓에 구치소 안에서 격리 조치를 받거나 정신분열증 약을 복용한 사실을 부각시켰다.

변호인은 또 "이씨 역시 또 다른 범죄의 피해자"라며 "정신감정 결과에서 드러났 듯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한 것으로 확인된 만큼 마땅히 형을 감경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사건을 심리한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오상용)는 존속학대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범행내용이나 행위태양에 비춰 죄질이 나쁘고 윤리적으로도 용인되기 어려워 비난가능성이 높아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특별한 범죄전력이 없고 범행을 자백하며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인격장애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의 처가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구하고 있는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징역 10년을 구형했지만,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들은 이씨가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점에는 전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징역 6년형에 대해선 다수가 적당하다며 합의를 봤다.

법원 관계자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이 마련되기 이전 발생한 사건으로 권고형이 적용되지 않은 사건"이라며 "심신미약에 대한 배심원과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지만 공교롭게도 양형은 같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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