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낸 기부금은 어디에 쓰이는 것일까?

 
 
1> 내가 낸 기부금엔 세금이 포함되어 있다?

기부금에 세금이 포함되어 있다고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의구심을 품는다. 복지에 쓰이든 돈에 세금이 부가될 리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내는 그 어떤 기부금에도 의무적으로 지출할 수밖에 없는 비용이 들어있다. 

연말연시가 되면 사람들은 이웃에 관심을 갖는다. 추워지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살기 힘들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일까? 사실, 없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계절보다도 찬바람 부는 겨울이 가장 걱정되는 시기일 것이다. 늦가을, 밤이 길어지고 쓸어 낼 낙엽조차 없어지는 추운계절이 다가오면 TV를 비롯한 신문지상에서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취재하고 연예인들의 기부 선행에 대해 보도한다.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마련한 모금 온도탑이 자주 등장하고 구세군의 종소리와 빨간 모금함이 눈에 자주 보인다. 가요방송이나 재난 구호 방송을 방영 하면서 화면 한 구석에는 2천원 짜리 ARS모금도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길게 줄을 서서 사회의 각양각층의 국민들이 한마디씩 소감을 이야기하며 불우이웃돕기 모금함에 정성어린 성금을 내는 모습도 매년 동일한 시기에 동일한 방법으로 방영되고 있다.

어렵게 살아오셨던 분식집 할머니가 몇 억을 대학교에 장학금으로 내 놓으셨다는 이야기하며, 이름을 밝히지 않는 익명자가 쌀가마니를 몇 십 가마 주민센터 앞에 놓고 갔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연말이 되면 항상 적십자에서 날아오는 기부금 모금용 지로용지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용지가 공과금처럼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결제하기도 한다. 지하철을 타도 기금모금을 위해 모금함을 들고 자신들의 단체를 설명하며 기부를 독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제 조금 더 있으면 외국처럼 호별방문을 하며 기부를 독려하는 모습도 보여 질 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누구나 한번쯤은 기부도 해보고 사회공헌활동에도 참여해 보았을 정도로 우리 사회가 성숙해 졌다. 기부문화, 나눔의 문화가 점점 발전해 가고 있는 것이다.

보통사람이라면 여기에서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내가 내는 기부금은 좋은 일에 정말 잘 쓰이는 것일까? 어디에 어떻게 얼마만큼 쓰이는 것일까? 내가 하고 있는 봉사활동이 이 사회에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일까? 봉사활동은 실질적인 활동을 통해서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기 때문에 의문의 여지가 적을지 모르겠지만 기부금에 있어서만큼은 많은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2010년에는 대한민국 대표 모금기관에서 모금액의 불법적인 사용과 지나친 인건비 지출로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다. 사무총장의 연봉이 9천만원이 넘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회식비 명목으로 유흥비로 탕진하고 방만한 기금운영에 대한 문제점이 세상에 알려졌다. 국민들의 나눔 문화 확산에 찬물을 끼얹은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통해 국민들은 기부금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많은 의구심을 가지고 대한민국의 NGO단체를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이 사건을 통해 필자가 이야기 하고 싶은 내용은 우리가 내는 기부금에는 세금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기부금에 세금이 포함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마도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좋은 일을 하는 돈인데 국가에서 세금을 요구하겠어?” 하지만, 기부금은 세금이 떼인 후 남은 금액이 좋은 일에 쓰인다. 만원을 기부하면 그 중 얼마가 좋은 일을 하는데 쓰일까? 6천원이다. 4천원은 세금으로 떼인다. 물론 국세청에서 세금으로 징수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비라는 것이 떼인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TV의 ARS모금의 예를 들어보자. 2천원 중 8백원은 ARS회사, 방송국, 모금기관의 사업비로 사용되고 나머지 1천2백원 만이 자선사업에 쓰인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8백원이 사라졌으니 세금이라고 표현해도 맞지 않을까싶다.

 
 

사업비라는 명목의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금기관은 비영리기관이겠지만 모금을 도와주는 기관은 영리기관이다. 방송국도 영리를 추구하는 기관이고 ARS시스템을 제공해 준 기관도 영리회사이다. 모금기관이 운영, 유지되려면 직원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해야 되고 사무실 임대료, 우편요금, 통신요금 등 회사가 운영되기 위한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간다. 그런 비용들을 사업비라 통칭한다. 그 비용을 전부 기부금의 일부를 떼어 내어서 사용되는 것이다. 물론 중앙정부나 지자체 또는 다른 기금을 통해서 지원을 받아 사업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지원에도 사업비라는 명목으로 사라지는 금액이 존재한다.

사업비는 곧 세금과도 같아서 좋은 일에 쓰인 다기 보다는 좋은 일을 하기 위한 인프라에 사용되는 것이다. 세금이 나라의 기간산업, 도로를 건설하고 공무원에게 인건비를 주는 등 행정비용으로 쓰이는 것과 동일하다. 그것이 나쁜 일은 아니지만 기부자들이 알고 있어야 하는 사실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기부하고자 하는 사람은 기부금의 사용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자신들이 기여하고자 하는 사회공헌사업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그런 일을 수행하는 진정성 있는 단체를 찾아 낼 것이다. 이러한 적극적인 나눔의 문화가 확산될 것이다. 막연하게 좋은 일에 쓰일 것이라는 자기 안위적인 기부의 형태보다는 사업비를 적게 사용하면서 사회공헌사업을 하고 있는 단체를 선정하여 도움을 줄 것이다. 이러한 시민정신이 발전하게 될 때 좀 더 좋은 복지사회가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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