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한국과 일본의 전통매듭 기술을 계승해 두 나라 문화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겨울연가'의 주인공 고 박용하 씨를 좋아해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일본인 다츠카와 레이나(33.여) 씨는 25일 "일본의 전통매듭은 심플한 간결미가 돋보이고, 한국 매듭은 화려해 두 나라 매듭의 장점을 살린 '퓨전' 작품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일본에 있을 때 전통의상인 기모노에 착용하는 매듭장식인 '구미히모'를 배우다 한복에 착용하는 매듭장식 '다회'에도 관심을 갖게 돼 명인 조수현(79.여) 씨를 알게 됐고, 결국 한국에 와 그에게서 우리 전통매듭을 배우고 있다.

다츠카와 씨는 "한국에 온 것은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서였지만, 결국 그 스승을 찾아 전통매듭을 배우게 됐다"며 "어떤 운명 같은 것이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 박 씨에 대한 애정이 한국에 대한 애정으로 바뀌어 한국의 전통매듭에까지 이어진 것은 고 박 씨로부터 이메일 답신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다니던 대학(요코하마 훼리스대학 영문과)까지 중도 포기하고 고향인 기타큐우슈우 시청 산하 경륜(競輪) 회사에서 영어 통역 일을 하면서 할머니 병구완을 할 때 한국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에 들어왔다. 어렵게 알아낸 고 박 씨 이메일 주소로 힘겨운 생활을 하소연하는 메일을 보냈는데 곧 답장을 받은 것이다.

고 박 씨는 그에게 '한국어 표현이 훌륭하니 계속 공부하면 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격려했고 다츠카와 씨는 이 말에서 큰 위안을 받았다.

또 8년이나 돌보던 할머니는 2011년 돌아가시며 "이제부터는 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라"라는 말을 남긴 것도 그의 한국행을 위한 힘이 됐다.

그가 할머니를 돌봐야 했던 것은 당시 어머니마저 몸이 아팠고, 그의 집안에서는 노인들이 마지막 나날을 집에서 보내는 관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외동딸이었다.

고작 1년을 살 수 있으리라던 할머니는 무려 8년을 사셨고, 그러는 동안 간간이 건강을 회복하기도 해 의사들을 놀라게 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심신을 추스르기 위해 미국에 3개월간 여행을 다녀온 그는 이듬해인 2011년 성균관대 어학당에 입학했고, 지난 8월 모든 과정을 이수하고 한국어 4급 자격증을 땄다.

한국 매듭을 배우기 시작한 지는 6개월여밖에 안됐지만 일본에서는 품평회에 작품을 내 상을 받는 등 나름 재능을 인정받았기에 나름 자신감을 갖고 있다.

내달말부터 일주일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제5회 한-일 규방문화교류전에서 그는 일본 선생님과 함께 작품을 낼 예정이다.

그는 또 레스토랑을 경영했던 어머니 덕분에 요리에도 관심이 많아 외국인들을 위한 한국요리 학원에도 다녔고 얼마 전에는 마스터쉐프코리아 시즌2에 출전, 100명 안에 들기도 했다. 결선에서 '청어 경단 스푸'를 선보였지만 "너무 긴장해서" 제대로 맛을 낼 수 없었다.

심사위원들로부터 '내년에 다시 한 번 도전해 보면 좋겠다'는 격려의 말을 들었다.

이번에는 할머니를 돌봐 드릴 때 건강에 좋은 재료를 구해다 음식을 만들던 때를 기억하며 제대로 솜씨를 발휘해 볼 생각이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한국은 강하고 든든한 아버지 같은 느낌이고, 일본은 섬세하고 꼼꼼한 어머니 같은 느낌을 갖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서로 협력해 시너지효과를 발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매듭과 요리를 배우는 것은 이런 시너지를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기 때문이다. k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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