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BMW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수입차 브랜드다. 국내 시장이 워낙 프리미엄급 독일차로의 쏠림이 심하긴 하지만 올해도 11월까지 팔린 수입차 5대 중 1대는 BMW였다.

그렇다고 BMW의 인기가 한국만의 국지적인 현상도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BMW는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를 포함한 3대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올해도 10월까지 BMW가 135만대, 아우디가 131만대, 벤츠가 119만대를 팔았다.

이런 인기엔 까닭이 있을 것이다. BMW는 우선 동력성능과 효율성에서 경쟁력을 보여준다. 차종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경쟁사들에 비해 반 발짝쯤 앞선 성능을 지녔다.

특히 출력과 연비라는, 통상 '트레이드 오프' 관계(한쪽을 취하면 다른 하나는 반드시 포기해야 하는 관계)에 있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점은 BMW의 큰 경쟁력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BMW의 인기를 설명하는 것은 디자인이다. 유명 디자이너 크리스 뱅글 시절부터 존재감과 개성이 한층 또렷해진 BMW의 디자인은, 한마디로 아름답다.

개인적으로 기자는, 이제는 사라져버린 한때의 유행어 '에지 있다'란 형용사에 가장 잘 들어맞는 차가 BMW라고 생각한다.

당시 이 유행어는 국적불명의 조어란 타박을 들어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카로움, 세련됨, 섬세함, 현대적임, 강인함 등등 당대가 추구했던 미감을 제 안에 뭉뚱그려 담으며 널리 쓰였다.

그리고 BMW의 이런 '에지 있는' 디자인은 이 차가 숱한 남성들의 '로망'이 된 사정과도 깊이 연관돼 있을 것이다. 기자가 최근 시승한 BMW 320d GT 럭셔리는 BMW의 엔트리급 세단인 3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장거리 여행용 차량이다.

BMW의 320d나 520d와 똑같은 2천㏄ 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8.8㎏·m의 힘을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도달시간은 7.9초, 연비는 16.2㎞/ℓ다.

운전대 조작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코너링 능력이 좋기로 소문난 BMW답게, 320d GT는 꼬불꼬불 굽은 길에서도 민첩하게 움직이며 연거푸 이어지는 급한 코너를 능수능란하게 빠져 나간다.

차체가 단단한 데다 미끄러짐 방지 장치가 있어 원심력으로 미끄러질 법한 구간에서도 어지간해서는 밀리지 않는다. 설령 미끄러져도 곧 스스로 균형을 잡는다.

다만 세단형인 320d에 비해 차체가 길어진 탓인지 조금 둔하게 느껴지는 구석은 있었다.

곧은 고속도로에서는 밟는 대로다. 탁 트인 도로에선 가속페달을 밟는 만큼 앞으로 치고 나간다. 마치 앞에 놓인 도로를 움켜쥐어 끌어당기듯, 묵직한 접지력과 강한 힘으로 거침없이 박차고 나간다. 후련하다는 쾌감이 밀려온다. 가속력이 좋아 추월하는 재미도 있다.

GT의 장점은 넓은 실내공간이다. 실내공간의 크기를 좌우하는 휠베이스 길이가 2천920㎜로, 기본이 된 320d의 2천810㎜보다 110㎜가 더 길다. 실제 느껴지는 공간의 넉넉함은 이런 수치를 넘어선다.

쿠페 형태로 떨어지는 뒤쪽 지붕 덕에 트렁크 공간도 넓어졌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는 못 미치지만 가족용 여행 차량으로도 크게 손색이 없다.

요컨대 BMW 320d GT는 가족용 차량으로 넉넉한 공간에 날렵한 스포츠 세단의 주행력을 지닌 차량이다.

BMW가 가장 먼저 도입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기능도 달려 있다. 운전석 앞 유리창에 속도나 네비게이션 정보를 표시해 시선을 크게 옮기지 않고도 이런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문짝 유리창의 틀을 없앤 프레임리스 도어를 적용해 색다르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다만 창틀이 있는 차에 익숙한 기자는 혹시 깨지는 건 아닌가 내내 좀 불안했다.

속도에 따라 가변식으로 작동하는 '액티브 스포일러'(Active Spoiler)가 달려 고속에선 차의 접지력을 높여준다. BMW 320d GT 럭셔리의 가격은 6천5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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