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릉동 나눔야학 장추문 교사

"배움의 등불 밝히고파" 월급쪼개 야학 운영 교사    (서울=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공릉동 나눔야학 교장 장추문씨. 매달 자신의 월급을 쪼개 야학 운영에 쏟아붓고 있는 장씨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받지 못한 이들에게 힘닿는 데까지 '배움의 등불'을 밝혀주고 싶다"고 말했다. 2013.9.23 >    shine@yna.co.kr
"배움의 등불 밝히고파" 월급쪼개 야학 운영 교사 (서울=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공릉동 나눔야학 교장 장추문씨. 매달 자신의 월급을 쪼개 야학 운영에 쏟아붓고 있는 장씨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받지 못한 이들에게 힘닿는 데까지 '배움의 등불'을 밝혀주고 싶다"고 말했다. 2013.9.23 > shine@yna.co.kr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작은 미장원이 있었습니다 / 어느 날 한 남자가 몹시 화가 났습니다….'

지난 13일 오후 8시 서울 노원구 공릉동 빗물펌프장 지하 1층 나눔야학. 한글반 강의실에서 추석 연휴 전 마지막 수업이 한창이었다.

교실 맨 앞자리에 앉은 김영순(66·여)씨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새겨진 손으로 연필을 움켜쥐고 한 글자씩 또박또박 써내려갔다.

김씨는 이곳에서 생전 처음 글을 배웠다. 김씨는 "수업시간이 제일 설렌다"며 "다음 주에는 수업이 없어 무슨 낙으로 살지 걱정"이라고 아쉬워했다.

나눔야학에는 김씨처럼 뒤늦게 학업 문을 두드린 어르신 50여명이 다니고 있다.

어르신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최고라고 치켜세우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나눔야학 교장이자 남대문중학교 교사 장추문(49)씨.

장 교사는 "대학생이던 1995년부터 야학에서 교사로 봉사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현실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며 "그때부터 줄곧 야학 운영에 뜻을 뒀고, 마침내 2009년 9월 문을 열었다"고 23일 설명했다.

나눔야학은 한글반과 고입 검정고시반, 대입 검정고시반 등 3개 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학비는 전액 무료다.

야학에는 서울시 건물인 펌프장 지하층의 연 임대료 230만원을 포함해 1년에 약 740만원의 운영비가 들어간다.

장 교사는 매달 월급을 쪼개 야학 운영비 전액을 부담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다른 곳은 주로 외부 단체의 후원을 받아 운영되지만 우리는 거의 교사들의 순수한 '재능 기부'만으로 꾸려가고 있다"며 "자원봉사라고는 하지만 교통비도 챙겨주지 못해 안타깝다"고 오히려 다른 교사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그런 훌륭한 교사들 덕분에 해마다 합격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올해는 대입 검정고시 응시자 16명 중 10명이 합격했다"고 어깨를 으쓱했다.

이곳에서 배출한 대입 검정고시 합격생 중 최고령인 이순희(73·여)씨는 최근 서울시 교육감 장학생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장 교사는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라며 "더 많은 어르신과 교육의 기회를 받지 못하는 다문화 가정 여성 등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늦깎이 제자'들이 공부의 참맛을 느낄 때 보람을 느낀다는 그는 "힘닿는 데까지 '배움의 등불'을 밝혀주고 싶다"고 했다.

"배움의 등불 밝히고파" 월급쪼개 야학 운영 교사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서울 노원구 공릉동 빗물펌프장 지하 1층에 위치한 나눔야학 한글반 강의실에서 수업이 진행 중인 모습. 2013.9.23     shine@yna.co.kr
"배움의 등불 밝히고파" 월급쪼개 야학 운영 교사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서울 노원구 공릉동 빗물펌프장 지하 1층에 위치한 나눔야학 한글반 강의실에서 수업이 진행 중인 모습. 2013.9.23 shine@yna.co.kr

shin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코리아프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