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시스템 정상화…각 분야 소장파로 신진세력 구축"김정은 권력기반 공고화 과정…불안정성도 증대"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4ㆍ25 문화회관에서 진행된 제2차 보위일꾼대회에 참석해 대회를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2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 사진을 보도하며 정확한 촬영 날짜와 시간을 밝히지 않았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4ㆍ25 문화회관에서 진행된 제2차 보위일꾼대회에 참석해 대회를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2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 사진을 보도하며 정확한 촬영 날짜와 시간을 밝히지 않았다.

<※ 편집자주 =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이달 17일로 권력 승계 2년을 맞습니다.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직후 권력을 이어받은 그는 그동안 권력 공고화와 체제 정비에 주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정은 체제 초기 후견인 역할을 했던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도 결국 '실각'했습니다. 김 제1위원장은 앞으로 유일 지배체제 강화에 더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연합뉴스는 김정은 집권 2년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북한이 어떤 모습을 이어갈지를 조망해보는 기획기사를 마련, 일괄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지난 2년간 외견상으로 안정을 찾아가는 듯 보였던 북한 김정은 체제의 권력기반을 흔드는 대형사건이 터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2주기를 앞두고 김정은 정권의 '2인자'로 군림하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노동당 행정부장의 측근 2명이 처형되고 그의 실각설이 제기된 것이다.

북한은 장 부위원장의 실각 여부에 대해 침묵하고 있지만, 그의 실각설이 제기된지 나흘 만인 이달 7일 재방영한 기록영화에서 장성택의 모습을 전부 삭제, 사실상 그의 실각을 확인했다.

북한 권력구조의 일대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대형 돌발변수인 셈이다.

장 부위원장은 김 제1위원장의 사실상의 후견인으로 김정은 후계체제는 물론 정권 출범부터 정치적 경험과 경륜이 어린 그를 보좌하며 주요 인사와 정책 입안을 진두지휘했다.

그런 그가 김정은 집권 겨우 2년 만에 실각했다는 것은 북한이 앞으로 김 제1위원장의 유일 지배체제 구축에 총력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 제1위원장은 작년 4월 제4차 당대표자회를 통해 최고지도자에 공식 오른 이후 군과 노동당을 중심으로 권력기반 구축 작업을 착착 진행해왔다.

김정일 시대의 군부 원로들을 전부 일선에서 밀어내고 잦은 인사를 통해 최룡해 총정치국장을 제외한 총참모장(리영길), 인민무력부장(장정남), 총참모부 작전국장(변인선),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서홍찬) 등 핵심 요직을 전부 소장파로 교체, 자신만의 군부를 만들었다.

노동당의 경우 김정일 시대의 원로들을 핵심 보직에 그대로 둔 채 최휘 제1부부장, 박태성 황병서 김병호 홍영칠 마원춘 부부장 등 차관급을 중심으로 현지 시찰에 데리고 다니면서 신진 세력구축에 공을 들였다.

국정원은 김 제1위원장이 1인 독재 체제 강화를 위한 세대교체 차원에서 40∼50대 젊은 간부를 등용, 당 부부장급에서 40여 명, 내각 30여 명, 군단장급 이상 20여 명을 교체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국가안전보위부에 김원홍을, 인민보안부장에 자신의 농구 교사인 최부일을 앉히는 등 간부와 주민을 감시하는 공안기구도 정비했다.

아울러 당 중앙위 전원회의, 정치국 회의,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등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당 시스템을 정상화해 주요 정책을 결정, 취약한 지도력을 보완하기 위한 나름의 국정운영 체계도 세웠다.

김 제1위원장은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지난 2년간 나름대로 자신감을 얻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 최고지도자로서의 자리를 굳혀가기 시작했다.

그런 자신감이 어쩌면 2인자의 지나친 영향력을 용납하지 않고 고모부인 장성택의 실각을 무모하게 결정하는 '만용'을 낳았는지도 모른다.

이제 김 제1위원장은 그야말로 고모부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 혈육의 도움 없이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새로운 상황을 맞게 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이라는 거목을 업고 일인체제를 안정적으로 구축했지만,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는 국정운영 경험과 경륜을 갖춘 든든한 정치적 보호자가 없다.

지병으로 고생하는 고모 김경희 노동당 비서와 겨우 26세의 여동생 김여정 국방위 과장이 장성택의 공백을 메우지 못한다는 건 자명한 일이다.

따라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앞으로 일인 지배 체제를 서둘러 정착시키기 위해 자신만의 세력을 구축하는데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지난 40여년간 노동당을 중심으로 북한 권부에서 2인자로 활약해온 장성택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그의 심복들을 솎아내고 처벌하는 등 노동당과 내각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장성택과 그 측근들을 제거 과정에서 핵심역할을 한 국가안전보위부 등을 앞세워 공안통치를 강화, 1인 지배를 위한 간부와 주민 감시에 더욱 열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장성택과 북한 권력의 양대 축을 이루던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일인독주가 정착되면서 그의 측근들을 중심으로 체제가 개편될 수 있다.

국정운영 과정에서 최룡해에 대한 김 제1위원장의 의존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고 그 과정에서 최룡해의 위상은 높아져 지난 2년간 입지가 축소됐던 군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면서 선군시대로 복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이달 6일 국회 정보위 비공개 전체회의에 출석, 장성택 실각설의 여파에 대해 "김정은을 맹종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최룡해의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공포정치로 (김정은의) 권력기반이 공고화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정운영 경험이 아직 부족한 김 제1위원장이 혼자 힘으로 이 같은 흐름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국정 장악력과 정치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면 오히려 혼란과 불안정만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남 국정원장은 "외관상 김정은 사람, 김정은 체제로의 권력 승계가 완료된 것으로 보이나 불안정성도 증대된 것으로 파악된다"라며 "김정은 체제로 권력이 공고화된 것으로 외관상 보이나 실제에는 많은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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