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NBC방송이 제작한 2013년판 사운드오브뮤직 (AP=연합뉴스)
미국 NBC방송이 제작한 2013년판 사운드오브뮤직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유진 기자 = "이 차의 고객층은 개성을 중시하는 미혼 남녀 또는 신혼부부입니다. 남과 다른 독특함을 추구하고, 차를 통해 개성을 드러내고자 한다면 이 차를 선택하세요."

목표 고객층에서 차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에 이르기까지 어디서 꼭 한번 들어본 듯 익숙한 레퍼토리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열린 르노삼성자동차의 QM3 신차 발표회는 두 달 전 한국닛산이 선보인 '쥬크' 행사의 판박이였다.

QM3는 쥬크, 기아차[000270]의 '올 뉴 쏘울'에 이어 올해 3번째로 등장한 미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으로도 불리는 이 모델은, 아직 국내 고객들에게는 좀 낯설지만 일상용 SUV로 시장의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행사에 참석한 박동훈 르노삼성 영업본부장은 "르노그룹이 우리를 돕기 위해서 이 차를, 이 값에 내줬다"면서 감격을 주체하지 못했다.

과연 QM3가 르노삼성의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최상위급 RE 트림(등급)을 몰고 잠실종합운동장에서 경기 동탄신도시까지 약 100㎞를 왕복한 결과 내린 결론은 '역부족'이다.

QM3의 겉모습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폭이 좁은 통풍구와 헤드라이트가 한 줄로 이어진 미간은 가면무도회용 베네치아 가면처럼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검은 차체에 오렌지색 지붕을, 오렌지색 차체에 하얀 지붕을 얹은 색상 조합도 산뜻하다.

단 회색·흰색 차체와 지붕에 작은 네모들이 다닥다닥 몰린 문양(로장주 데칼) 스티커를 붙인 것은 조잡스럽다.

네모난 테두리를 두른 돌출형 센터페시아는 마치 게임기 화면 같고, 아기자기한 운전대 뒤쪽으로 차량 미간과 같은 콘셉트로 디자인한 계기판이 보인다. 좌석마다 탈부착이 가능한 지퍼식 커버를 씌운 아이디어는 좋지만 커버를 다시 붙이는 데 어지간히 품이 들어 한번 세탁하려면 큰 결심이 필요할 듯하다.

운적석 옆 팔걸이는 아예 떼버리는 게 나을 만큼 걸리적거린다. 팔걸이를 내린 채로는 사이드기어를 못 올릴 정도다. 대시보드 커버는 탄력성이 전혀 없고, 딱딱한 자재를 사용해 원가절감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기어 모드를 표시하는 알파벳들은 비좁게 붙어 있어 계기판 화면을 보지 않으면 기어가 중립(N)에 있는지, 운전(D)에 있는지 헷갈린다.

시동을 걸자 최대토크 22.4㎏·m의 디젤 엔진답게 출발 가속성이 좋다. 언덕도 거뜬히 오르고, 중저속에서 충분한 힘을 내준다.

그러나 출력(최고 90마력)이 부족한 탓인지 가속 응답성이 시원치 않다. 엑셀을 끝까지 밟아도 좀처럼 속도가 올라가지 않아 답답하다.

프랑스차 특유의 뒷덜미를 잡아채는 듯한 변속감은 없지만 시속 100㎞를 넘기자 소음이 심해졌다.

엔진룸에 흡차음재를 절반만 붙이고, 보닛(엔진룸 덮개)의 철판도 얇은 것을 감안하면 실내에 들어오는 엔진 소음은 용인할 만한 수준이지만 매섭게 몰아치는 바람 소리가 신경을 날카롭게 했다.

크기가 작고 좌석은 높아 평탄한 고속도로를 달릴 때도 차체가 튀어오르면서 몸이 까불거린다. 경쟁 모델로 꼽은 폴크스바겐 골프와 비교하면 하체가 물렁하고 운전대를 돌리는 만큼만 딱딱 움직여주는 조향 성능도 뒤처진다.

물론 가격은 QM3가 2천250만∼2천450만원으로 골프(2천990만∼3천690만원)보다 싸다.

뒷자리는 성인 남성이 간신히 무릎을 구겨 넣을 정도. 트렁크 쪽으로 좌석을 약간 밀어낼 수 있지만 대세에 큰 영향은 없다.

실주행 연비는 16.6㎞/ℓ를 기록해 공인연비 18.5㎞/ℓ보다 저조했다.

QM3는 예쁜 차다.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그러나 자동차는 개성 표현의 수단이기에 앞서 운송 수단이다. QM3가 내년 판매 목표량 1만∼1만5천대를 채우려면 실용성보다 디자인의 손을 들어주는 심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ugenie@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코리아프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