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연합뉴스) 이유진 기자 = 지난 8월 현대자동차[005380]가 아반떼 디젤을 선보인 데 이어 기아자동차[000270]가 K3 디젤을 출시, 준중형급 디젤차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독일차를 앞세운 수입차업계는 그간 우수한 연비와 엔진 성능을 갖춘 디젤 차량을 잇따라 판매해 '디젤은 소음과 진동이 심하다'는 편견을 희석시켰다. 실제 11월 수입 디젤차는 9천50대가 팔려 가솔린(4천337대) 판매량을 2배 이상 웃돌았다.

수입차가 열어젖힌 디젤차 시장의 문을 두드린 국산 디젤차는 어떤 평가를 받을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5일 K3 디젤(프레스티지 등급, 풀옵션)을 몰고 경기 일산시 엠블호텔에서 파주시 임진각까지 왕복 100㎞를 달려봤다.

외관은 기존 가솔린 차량과 똑같다. 아반떼와 비교하면 차량 길이(4천560㎜)는 10㎜ 더 길고, 너비(1천780㎜)는 5㎜ 더 넓다.

그러나 1천582cc의 배기량과 최고출력 128마력, 최대토크 28.5㎏·m의 동력 성능, 자동변속기 기준 16.2㎞/ℓ의 연비는 아반떼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동일하다.

차가 멈추면 엔진을 자동 정지시켜 불필요한 공회전을 줄여주는 ISG(Idle Stop & Go) 시스템을 모든 등급(트림)에 기본 적용한 것도 공통점이다.

경쟁 상대로 꼽은 7세대 골프 1.6 TDI 블루모션보다 차량 높이(1천435㎜)가 17㎜ 낮아 뒷자리에서 허리를 꼿꼿이 펴면 머리가 천장에 닿을락 말락 하다.

시동을 켜자 가솔린보다는 엔진 소음이 크지만 크게 거슬리지 않아 수입차와 비교해도 용인할 만한 수준이다. 기아차는 현대차보다 4개월 더 준비한 만큼 엔진 소음과 진동 부문에서 진전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페달을 밟는 맛도 좀 더 묵직하다. 중저속에서 힘이 좋은 디젤답게 오르막도 거침없이 치고 올라갔다. 그러나 엑셀을 깊이 밟아도 쭉 뻗어나가지 못하고 중간에 한번 덜컹하는 느낌이 있다. 변속감이 부드럽지 못한 탓이다.

고속 주행에서는 안정감이 떨어진다. 저속에서 무난했던 엔진 소음이 바람 소리와 뒤엉켜 점점 커질 뿐 아니라 진동이 심해져서 불안하다.

속도를 높일수록 도로에 빨판이 깔린 양 착 달라붙는 수입 디젤차와 달리 시속 150㎞ 정도에 이르자 더 이상 밟을 수 있는 여유가 느껴지지 않았다. 코너를 돌 때는 쏠림 현상이 심해 몸이 크게 휘청이기도 했다.

평균 시속 61㎞로 주행을 마친 결과 연비는 16.6㎞/ℓ를 기록했다. 골프의 연비(18.9㎞/ℓ)에는 못 미치지만 차량 가격이 골프보다 최소 800만원에서 최대 1천60만원 저렴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불만을 품을 정도는 아니다.

도심을 주로 주행하며 연비를 중시한다면 큰 불편없이 타고 다닐 수 있는 국산 디젤차, 바로 K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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