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 몰락 불가피…선전선동부는 위상 유지

(서울 신화통신=연합뉴스) 북한의 2인자이자 김정은의 후견인 역할을 했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 가능성이 큰 가운데 중국과의 파이프 역할을 하고, 남북대화, 대미협상 등을 주도해왔다는 점에서 그의 실각은 북한의 외교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지난 2012년 8월 베이징에서 열린 황금평ㆍ위화도, 나선지구 공동개발을 위한 제3차 개발합작연합지도위원회 회의에 북한 수석대표로 나선 장성택 부위원장    photo@yna.co.kr
(서울 신화통신=연합뉴스) 북한의 2인자이자 김정은의 후견인 역할을 했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 가능성이 큰 가운데 중국과의 파이프 역할을 하고, 남북대화, 대미협상 등을 주도해왔다는 점에서 그의 실각은 북한의 외교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지난 2012년 8월 베이징에서 열린 황금평ㆍ위화도, 나선지구 공동개발을 위한 제3차 개발합작연합지도위원회 회의에 북한 수석대표로 나선 장성택 부위원장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노동당 행정부장의 실각설이 사실로 굳어지면 노동당의 역학구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장 부위원장이 김정일 체제에서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비롯해 행정부, 청년사업부(현 근로단체부), 국제부 등 주요 부서에서 활동한데다 김정은 후계체제부터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노동당을 사실상 장악하고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폭의 물갈이보다는 기존의 틀을 유지하면서 '장성택의 물'을 빼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북한의 중요한 권력 축일 뿐 아니라 노동당의 양대 부서인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의 위상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권력 구조상 모든 핵심 간부에 대한 처벌은 인사권을 가진 조직지도부가 관장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장 부위원장의 실각 작업도 조직지도부가 주도했을 가능성이 있다.

국가안전보위부는 조직지도부의 지휘에 따라 장 부위원장의 측근들에 대한 체포·심문·처형 같은 실무 처리를 수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선전선동부는 김정은 우상화의 거점이라는 점에서 내부적으로 장 부위원장의 실각을 정당화하고 김정은 유일 지배체제 확립을 전파하는 선전에 주력, 종전의 위상과 역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장 부위원장이 부장으로 있던 당 행정부는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검찰과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부 등 공안기관을 관장하는 행정부는 업무의 중요도 보다는 장 부위원장이 직접 관장하는 부서라는 점에서 그동안 당 조직지도부를 능가하는 위세를 떨쳤다.

행정부는 장 부위원장의 출세와 몰락과 운명을 같이한 말그대로 '장성택에 의한, 장성택을 위한, 장성택의 기구'였다는 평가도 있다.

행정부는 장 부위원장이 2004년 초 '권력욕에 의한 분파행위'를 한 이유 등으로 2년간 실각할 때 그가 관장해왔다는 이유로 전격 해체된 이력이 있다.

2007년 10월 장 부위원장이 근로단체 및 수도건설부 제1부부장이 되면서 당으로 전격 복귀하면서 행정부는 부활했다.

그리고 장 부위원장은 자신과 함께 처벌받고 좌천됐던 심복들을 전부 행정부에 복귀시켜 자신의 왕국으로 만들었다.

결국 행정부가 아예 해체되거나 설사 존재하더라도 소속원들을 전부 물갈이해서 장성택의 색깔을 완전히 뺄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도 장 부위원장의 실각 가능성을 전하면서 "당 행정부는 기능이 무력화되거나 해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밖에 주목되는 부서는 장성택 측근으로 알려진 김양건과 리영수가 부장으로 있는 통일전선부(통전부)와 근로단체부다.

대남사업을 전담한 통전부는 김양건은 물론 원동연 부부장을 비롯해 대부분이 장성택 라인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통전부는 당내에서도 전문성이 필요한 부서로 인식돼 있는데다 업무의 중요성으로 인해 행정부처럼 완전히 물갈이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당 국제부장을 맡았던 김양건이 장성택과 가깝기는 하지만 뛰어난 실무능력과 풍부한 외교경험을 가진 중국통이라는 점을 고려해 현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장 부위원장의 행정부 심복들이 처형된 이후인 지난달 30일에도 김양건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양강도 삼지연군 시찰을 수행했다는 점에서 김정은의 신임 또한 커 보인다.

근로단체부는 그 역할이 다른 부서에 크게 못미쳤다는 점에서 부장 교체로 마무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권력의 양대 축이었던 장성택과 최룡해 모두 청년동맹을 기반으로 성장해 측근들도 겹치는 면이 많아 장성택의 인맥을 전부 제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장 부위원장과 가까웠던 인물들에 대한 충성맹세를 다시 받고 김정은 체제에 대한 헌신성을 재확인하는 과정도 거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정치적 성격의 부서가 아닌 군수산업 전담 기계공업부나 군사부, 민방위부는 모두 당내 군 관련 부서라는 점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국제부, 재정경리부, 경공업부, 근로단체부, 과학교육부 등은 비중이 떨어질 뿐 아니라 내각이나 지방의 실무부서에서 일하다가 승진해 들어온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번 사건의 소용돌이에서 한발 비켜나 있다.

ch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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