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으로 입은 상처 신명나는 사물놀이로 달래줬죠"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3년 전 지진으로 뉴질랜드 크라이스처치 시민들이 입은 상처를 신명나는 사물놀이로 달래줬습니다."

윤교진(44·여) 크라이스트처치 한인회장은 지난달 30일 시내 중심가의 대성당 광장에서 열린 한인문화축제를 떠올리며 아직도 뿌듯해했다. 내년 크라이스트처치시와 서울 송파구 자매결연 20주년을 맞아 기념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4일 방한했다.

윤 회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진 피해로 많은 사람이 절망했지만 대성당 광장을 복구하고 시민에게 개방하는 날 첫 행사를 한인문화축제로 열어 감개무량했다"며 "축제를 통해 한인사회는 단합을, 주류사회에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희망의 씨앗'이란 주제 아래 열린 축제에는 한인 1천여 명을 포함해 4천여 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원래 이 축제는 매년 10월 1천500여 명의 한인이 참가한 가운데 치러졌다.

"시청에서 11월 말 광장을 복구해 개방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곧장 달려가 축제를 열겠다고 했죠. 지진으로 다들 움츠러들어 있어 아무도 행사를 생각 안 하고 있었어요. 당연히 시 당국도 반겼고, 한인들도 지역사회에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축제는 사물놀이패의 신명나는 길놀이로 시작됐다. 이어 꼭두각시춤·화관무·부채춤·태권도 시범으로 무대를 달궜다.

무대 밖에서는 김치 페스티벌을 비롯한 한국 음식 장터도 열려 참가자들의 입맛을 돋웠다.

스코틀랜드 백파이프와 일본 전통북 연주, 아이리시 댄스, 마오리 원주민 춤 등 다른 소수민족 공연도 곁들여졌다.

행사에는 한인 멜리사 리를 비롯한 국회의원, 리엔 달리엘 시장과 정부 관계자, 뉴질랜드 한국전 참전용사협회, 화교 등 소수민족 커뮤니티의 리더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뉴질랜드 최대 일간지인 더프레스와 전국방송 TV3 등 언론들도 출동해 축제를 자세히 소개했다.

그는 "5천 명을 넘던 한인이 지진으로 3천 명까지 줄었지만 어느 때보다 화합과 결속이 강해져 이날 축제에 자원봉사자도 100명 이상 참여했다"며 "내년에는 한국에서 전통예술단을 초청해 더 풍성하고 성대한 축제로 꾸밀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지진 이후 크라이스트처치 지역의 학교와 자매결연을 한 한국의 중·고교는 현재 교환학생 파견을 중단한 상태다.

윤 회장은 이번 방한 기간에 학교를 방문, 피해 복구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사람들도 불안해하지 않을 정도로 안정을 되찾았다는 걸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1993년 뉴질랜드로 이민해 무용교사로 재직하는 그는 최근 서로 돕고 살자며 한인회 카드(K-CARD)를 만들었다. 한인회비를 내고 카드를 발급받으면 한인업체와 현지업체 등 가맹점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는데, 3주 만에 카드 발급 건수가 500장을 넘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해외에서 한인들은 다른 소수민족과 달리 잘 뭉치지 못한다고 하지만 크라이스트처지에서는 모두가 한마음이라 작아도 모두가 인정하는 커뮤니티입니다."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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