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곤 감독, '마지막까지 신중히' (울산=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2013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A그룹(상위 스플릿) 울산현대 대 포항스틸러스 경기시작에 앞서 울산 김호곤 감독이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2013.12.1 superdoo82@yna.co.kr
김호곤 감독, '마지막까지 신중히' (울산=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1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2013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A그룹(상위 스플릿) 울산현대 대 포항스틸러스 경기시작에 앞서 울산 김호곤 감독이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2013.12.1 superdoo82@yna.co.kr

(울산=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에이∼우승은 운이야. 그저 상위권에서 벗어나지만 않으려고 노력하다가 운 좋으면 하는 게 우승이야. 딴 거 없어"(10월 30일 FC서울전을 앞두고)

그 마지막 '운'이 부족했던 것일까. 김호곤(62) 감독이 이끄는 울산 현대가 올시즌 왕좌를 눈앞에서 놓쳤다.

울산은 1일 울산 문수축구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2013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결승' 최종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골을 내줘 0-1로 분패했다.

포항전만 제외하면 김 감독이 보여준 지도력은 지난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계기로 그의 이름 앞에 붙은 '명장'이라는 호칭이 부끄럽지 않은 것이었다.

두터운 수비와 빠른 역습으로 요약되는 '철퇴축구'를 완성해 울산을 지난 시즌 아시아 챔피언에 올려놓은 김 감독이지만 올해는 우승을 노리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곽태휘가 중동으로 이적했고, 이근호와 이호는 입대했다. 중원에서 이호와 함께 '울산항 방파제'를 구축한 에스티벤은 일본으로 떠났다.

수비, 중원, 공격의 중심축을 모두 잃은 셈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지난해 성남 일화와 J리그에서 슬럼프를 겪은 한상운을 데려와 공격진의 빈 구멍을 메웠다. 그는 8골 8도움을 올리며 부활에 성공했다.

성남에서 데려온 김성환과 '한국형 일본용병' 마스다가 구축한 중원은 시즌 중반이 넘어서자 지난해의 이호-에스티벤보다 더 강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선수들은 믿음을 바탕으로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섞는 '아버지 리더십'으로 다뤘다.

김 감독은 김신욱이 대표팀에서 낙마한 뒤 8경기에서 단 1득점에 그치는 슬럼프에 빠졌을 때 계속 선발로 출장시키며 믿음을 보였다.

"브라질행 비행기에 타는 놈이 장땡"이라며 그를 다독였고 직접 '맞춤형' 특훈 프로그램을 짜 자칫 쓰러질 뻔했던 제자를 일으켜 세웠다.

올시즌 급속도로 성장한 골키퍼 김승규는 '호통'으로 마음을 다잡게 했다.

33라운드 수원전에서 연이은 선방으로 울산의 승리를 주도하며 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 뽑혔지만 김 감독의 입에서 나온 것은 칭찬이 아닌 "골킥이 왜 이렇게 안 좋느냐"는 불호령이었다.

김 감독의 채찍질 덕택인지 김승규는 K리그와 대표팀을 오가며 올해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그렇게 시즌 막판 선두 자리를 유지하며 8년만의 정규리그 우승을 향한 기대를 높여가던 김 감독은 마지막 순간 거듭된 '악수'로 애써 마련한 잔칫상을 스스로 엎었다.

비기기만 해도 우승할 수 있는 상황 자체가 노장의 판단력을 흐리게 한 것 같았다.

그는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정상적인 경기를 하려고 했다. 패스 플레이를 통해 볼 소유 시간을 늘려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올시즌 내내 이 역할을 담당한 마스다를 선발에서 제외하고 수비력이 강한 최보경을 김성환과 함께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 세웠다. 패스 플레이는 실종됐다.

'지키겠다'는 김 감독의 '진의'는 막판 교체카드 사용에서도 읽혔다.

포항의 파상공세가 이어지던 후반 40분 김 감독은 미드필더 김동석을 준비시키다가 돌연 중앙수비수 최성환을 투입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다.

점유율을 늘려 포항 공격의 빈도를 줄이는 게 아니라 문전에서 어떻게든 막아 보겠다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이 같은 전략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김신욱과 하피냐라는 '철퇴축구'의 핵심을 잃은 상태에서 맞은 포항전은 역설적으로 김 감독이 자신의 역량을 다시금 과시할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명장의 '묘수'는 찾아볼 수 없었고 보이는 것은 김신욱, 하피냐의 빈 자리 뿐이었다.

2009시즌 울산 사령탑을 맡아 2011년 러시앤캐시컵을 들어올리고 2012년 팀을 아시아 정상에 올려놓은 김 감독은 이렇게 올시즌 '무관'으로 남았다.

김 감독의 계약기간은 올해까지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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